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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 hrs on record (15.7 hrs at review time)
Possessor(s) 는 Hyper Light Drifter 로 유명세를 다진 Heart Machine 스튜디오에서 만든 게임으로, 올해 초에 출시한 Hyper Light Breaker 가 3D 로그라이크 장르의 게임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횡스크롤 메트로배니아 /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라 서로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게임 내적인 이야기를 더 하기 전에 외적인 걸 조금 적어 보자면, 사실 이 스튜디오는 상황이 매우 좋지는 않은데, Hyper Light Breaker 가 처참하게 망해 버리면서 여러 명의 직원들을 해고해야 했으며, 심지어 해당 게임이 얼리 엑세스로 출시 되었기 때문에 게임에 산소 호흡기를 붙이려다 돈이 또 새어 나가서, Possessor(s) 를 출시하기 전에 해당 게임의 개발에 참여한 직원 대다수가 해고되었다는 기사도 나올 정도였다. 그래서 스팀 토론에 이에 대한 말이 다소 있었는데, 결론적으로는 "퇴사한 개발자들도 수익의 일부분을 받으며, 게임이 흥행하면 재취업도 쉬워지니, 만약 게임이 마음에 들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추천해 주고 불매운동은 하지 말아달라!" 라는 말을 해고당한 개발자가 직접 와서 말한 뒤로, 해당 이슈가 Possessor(s) 의 판매량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솔직히 말해 Heart Machine 의 이전 게임들을 플레이 해 보지 않았는데, 이 스팀 토론을 읽고 "아, 전작이 크게 망했으니 이번 게임이 마지막 불꽃 같은 역작인가 보다." 라는 약간의 뒤틀린 생각을 가지고, 게임에 대한 소량의 기대감과, 만약 명작이라면 다른 스팀 친구들에게도 추천해 주겠다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게임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 기대감은 나를 배신하여 플레이 중 분노로 변화하게 되었다. 이 게임의 개발에 참여한 사람들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Possessor(s) 는 정말 진부하고 지루한 메트로배니아이다. 개인적으로 메트로배니아 게임들을 그렇게 많이 해 보지는 않고 약 20개 정도 플레이를 하였는데, 흔히 사람들이 메트로배니아에 있어서 명작이라 부르는 게임들도 제대로 안 해 보고 그보다 덜 인기있는, 속된 말로 "입소문을 거의 못 탄 메트로배니아" 들을 더 많이 해왔는데도, 그런 자잘한 게임들에서 보이는 자신만의 색채가 이 게임에서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왜 이렇게 느껴졌는지 단점들을 나열하기 전, 그래도 몇 안 되는 장점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게임 내 캐릭터 및 몬스터들의 디자인들은 잘 뽑았으며, NPC 들의 스탠딩 일러스트들 또한 나쁘지 않았다. 두 번째로, 게임 내 로딩 시간이 지역 사이를 왔다갔다 할 때만 길게 느껴져서, 로딩 면에서 답답함을 느껴지지 않았다. 세 번째로, 다른 비추천 평가들을 보면 버그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보이던데, 의외로 직접 플레이하면서 치명적인 버그가 한 번도 걸리지 않았다. 단 한번 버그가 걸린 건 벽에 붙어 있었을 때 몬스터의 공격을 받아 벽 밖으로 밀려나간 경우였는데, 다행히도 게임 진행을 막아버리지 않았다. 또한 출시 하루 후에 버그 픽스 업데이트가 바로 나온 걸 보면, 버그들은 빠르게 잡아내는 것 같다.

그러면 왜 이 게임을 플레이하며 짜증을 느꼈는가? 이에 대해 설명을 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A. 게임플레이 - 전투 편

Possessor(s) 의 전투는 플랫폼 파이터 장르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스팀 페이지에 써져 있는데, 그래서 그런가 초반부의 전투는 화려하게 느껴지고, "내가 뭔가 대단한 콤보를 하고 있구나!" 라는 착각을 플레이어에게 심어준다. 게임 초반에 주인공은 채찍을 얻게 되는데, 이를 통해 공중에 날아다니는 소규모 적들을 눈 앞으로 끌고 와서 때릴 수도 있고, 이후 다른 게임에 국밥처럼 나오는 다양한 서브웨폰 / 패링 / 그로기와 공중콤보 시스템을 통해 전투를 좀 더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다. 문제는 진짜 그게 다라는 것이다. 앞의 문장에서 이야기한 시스템 중에 혁신을 가져다 주는 건 없고, 그냥 어디서 많이 먹은 듯한 전투 양상이 게임 내내 이어지니 (그나마 자신들의 고유한 패턴이 있는) 보스전 말고는 플레이어가 흥미를 느낄 부분이 없다. 차라리 메인 웨폰이 다양해서 플레이어가 무기를 가지고 여러가지 시도해 보는 재미가 있거나, 혹은 (다른 메트로배니아처럼) 전투 양상을 다르게 바꿔볼 수 있는 스킬 및 패시브들이 점진적으로 해금되는 구조가 제대로 갖춰져 있다면, 전체적인 전투 게임플레이는 좀 밍밍하게 설계해 두되 플레이어가 자신만의 빌드를 짜면서 원하는 조미료를 첨가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게임은 두 면 모두 실패하였다. 게임 내 등장하는 총 4종류의 메인 웨폰은 사거리 / 공격 속도 / 공격력의 차이밖에 없으며, 공격 모션마저도 역동적으로 차이나는 게 아니여서 뭘 들고 싸우든 전투 양상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더 경악스러운 건 게임 내 패시브나 스킬 다양성의 부재인데, 물론 장르가 메트로배니아인 만큼 주인공이 다양한 스킬을 해금하긴 하지만 (패링을 제외하고는) 탐험에 더 비중이 높은 스킬이며, 패링마저도 사용감이 매끄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게임 내 패시브 시스템이 존재하긴 해서 주인공을 간접적으로 강하게 만들 수는 있으나, 공격력 증가 / 서브웨폰 공격 강화 / 받는 피해 감소와 같은 심심한 패시브들밖에 없어서, 플레이어가 강해지는 기분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 와중에 전투마저 쉽게 느껴지니 뭔가 도전 정신을 자극할 만한 게임을 원했던 플레이어는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물론, 전투가 쉽다고 나쁜 겜은 아니다. 하지만 전투가 쉽다고 하더라도 자신만의 독창적인 시스템이 있었다면 플레이어가 지루함을 덜 느꼈을 것이다. 전투가 어렵지 않았던 다른 메트로배니아를 예시로 들어 보자면, Biomorph 의 경우 다양한 몬스터로 변하는 시스템을 통해 전투 + 탐험의 재미를 이색적인 맛으로 플레이어에게 소개해 주었으며, Pronty 의 경우 바다를 배경으로 하여서 주인공과 적들이 모든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자유로움을 제공함과 동시에 다양한 패시브를 통해 평타 위주 혹은 스킬 (서브웨폰) 위주 전투로 극단적으로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 갈 수 있었다. 반면에 이 게임은 전투의 참신함이나 캐릭터 육성의 재미 둘다 없으니, 때깔은 좋으나 정작 맛은 밍밍한 빵을 꾸역꾸역 먹는 기분밖에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 전투 시스템은 그냥 순수하게 재미가 없다 뿐이지 어떠한 하자로 인해 플레이어가 불쾌감을 느낄 부분은 거의 없었으나, 세 가지 면이 크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먼저, 특이하게 캐릭터에게 패시브를 장착시키는 게 아니라 무기 (메인 및 서브) 의 슬롯을 늘리고 거기에다가 장착을 하는 방식인데, 새로운 시스템을 시도한 건 좋지만 그냥 다른 게임들처럼 주인공에게 패시브 슬롯을 쥐어주는 게 더 직관적이며, 무기마다 슬롯을 뚫어주는 게 생각보다 재화가 많이 들어서 불편하다. 여기에 더해, 무기의 슬롯을 늘릴려면 게임 내 곳곳에 숨겨져 있는 "크로마 보석" 이 드는데, 게임 엔딩까지 진행하는데 약 60개나 찾았을 정도로 과하게 존재하며, 막상 내가 사용하는 무기를 완전히 업그레이드하면 더 이상 찾아도 소용이 없기 때문에 수집품을 찾는 데서 느끼는 기대감을 크게 깎아 내린다. 두 번째로는, 게임 내 무적 시간이 거의 없어서 부조리한 피격을 받는 상황들이 나오는데, 예를 들어 분열되는 탄막에 직격으로 맞으면 메인 탄환 + 분열된 탄환을 한 번에 다 맞아서 즉시 사망할 수도 있다. 세 번째로는, 몬스터의 다양성이 생각보다 적어서 세상을 탐험하는 재미가 반감된다. 물론 초반부의 쉬운 적들과 후반부의 어려운 적들의 구분은 존재한다. 하지만 게임의 절반만 진행해도 새로운 몬스터가 더 이상 나오지 않으며, 극 후반부의 지역에도 8시간 전에 본 몬스터들이 그대로 나오는 걸 보면 허무감을 느낄 수 있다. 적어도 각 지역마다 2 ~ 4 종류의 고유한 몬스터는 넣어 두었어야 플레이어가 탐험하는 맛이 있었지 않을까 싶다.

B. 게임플레이 - 탐험 편

사실 Possessor(s) 를 비추천한 가장 큰 이유는 전투가 아니라 탐험 면이 더 크다. 왜냐하면 예전에 플레이 했던 전투 허접인 메트로배니아들이 그래도 탐험에 비중을 실어서 아예 어드벤처에 비중을 크게 두었거나 (예시: Teslagrad 2 는 전투보다는 퍼즐 및 플랫포밍에 비중이 더 큰 메트로배니아인데, 탐험 관련 기믹이 매우 독창적이며 몇몇 숨겨진 수집품들은 "와 이런 지역이 있었다고??" 라는 경외감이 느껴지게 만든다), 아니면 탐험에서 특출나지 않되 플레이어에게 편의성 기능들을 지원해 주어서 적어도 플레이어가 탐험을 하며 내실을 차곡차곡 쌓아감에 있어 불편함보다는 호기심을 느끼는 데 집중을 하였다면, 이 게임에서는 두 방향 모두 실패하였기 때문이다. 탐험 관련 능력이나 방 배치가 독특하다고 느껴지지 않았으며, 편의성 관련 기능은 죄다 거세해 둔 수준이라 엔딩을 보고 수집품 100% 달성하는 게 고문처럼 느껴진다. 이 두 특징들에 대해 더 자세히 서술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 이 게임의 장르가 메트로배니아인 만큼,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매우 익숙한 능력들이 하나씩 해금이 되며, 이를 통해 이전 지역으로 돌아가 못 가봤던 길을 뚫을 수도 있고 숨겨진 방들을 찾을 수 있다. 문제는 이 "새로운 능력" 들이 어디서 많이 본 능력들을 다 하향시킨 기분이라, 능력을 다 해금해도 경쾌하고 매끄러운 플랫포밍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각 능력들에 대해 (위에서 말한 패링을 빼고) 간략하게 적어 보자면:

1. 채찍 날리기: 채찍으로 적을 끌어 당기는 것 말고도 특정 부위에 채찍을 걸어서 갈고리처럼 움직일 수 있는데, 채찍이 미묘하게 짧으며 채찍이 걸리는 구역에 유도 기능이 없으며 정직하게 8방향으로 플레이어가 휘둘러서 정확하게 감아야 하기 때문에 어처구니 없는 판정으로 채찍이 안 걸려 플랫포밍 구간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들이 종종 나온다. 심지어 몇몇 상황들에서는 채찍이 닿았는데도 안 감아진다!
2. 내려찍기: 바닥을 부술 수 있는 능력. 조작키가 S+shift 라 좀 불편하다는 것 말고는 단점은 없다.
3. 슬라이딩 격파: 슬라이딩으로 벽을 부술 수 있는 능력. 역시 조작키가 S+shift 라 좀 불편하다는 것 말고는 단점은 없다.
4. 벽 달리기: 벽을 탈 수 있는 능력. 문제는 대부분의 메트로배니아에서 벽타기라 하면 염소처럼 벽에 착 매달려서 무한정 매달리는 능력인데, 여기서는 일정 시간 탔다가 벽타기를 취소하고 미끄러지기 때문에 쾌적한 벽타기가 힘들다. 게다가 벽타기 판정이 "미끄러지면서 W를 눌러야 벽을 탄다" 여서 벽타기 키가 씹힐 때도 나오며, 몇몇 벽에서는 아예 벽타기가 불가능하다.
5. 수중 돌진: 물 속에서 Shift 키를 눌러 빠르게 수영하는 능력. 그나마 여기 적힌 것 중에 유일하게 단점이 느껴지지 않은 능력이다.
6. 공중 질주: 다른 게임으로 치면 극후반부에 나오는 능력이라 사실상 최강의 이동기가 되어야 하는데, 그냥 애니메이션 멋진 공중 대쉬이다. 심지어 점프 중에 Shift 키를 두 번 연속으로 눌러야 발동되어서 공중 대쉬 하향된 버전에 더 가깝다.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다른 메트로배니아에 흔히 나오는 글라이딩이나 이단 점프와 같이, 탐험이 매우 편해지는 / 게임 내 세상을 한눈에 보기 편해지는 이동기를 게임 끝까지 주지 않는다. 원래 게임 엔딩 쯤 되면 그냥 날아 다니면서 수집품을 싹싹 긁어 먹어야 하는데, Possessor(s) 는 엔딩을 봐도 세상을 이곳저곳 뒤지는 게 불편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이 정도면 플레이어에게 줄 거 다 준 거 아니냐?"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탐험 능력뿐만 아니라 편의성 기능이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이다.

> 이어서 적어 보자면, 이 게임을 플레이하며 가장 발목을 잡는 부분은 사실 전투가 아니라, 2026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불편함을 버릴 생각 없는 게임의 구조이다. "의도적으로 불편함을 추구하는 게임이 아니냐?"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러한 명제가 성립하려면 게임이 자신만의 철학이 있거나 탐험 면에서 플레이어에게 감탄을 자아내는 구간이 있어야지, 전투나 탐험 면에서 단 하나의 매력적인 면도 없으면서 탐험을 불편하게 만들어 놓으면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뭐지? 플레이타임을 억지로 늘리려는 것인가?" 라고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들 수밖에 없다. 크게 두 가지 면에서 편의성의 부재를 느꼈는데, 바로 게임의 지도와 텔레포트 면에서였다. 전자의 경우, 지도가 요즘 메트로배니아들과 비교하면 너무 허접하다. 자세한 경로 표현 없이 그냥 모든 방이 네모의 집합체로 표현되어 있으며, 숨겨진 방을 찾아도 지도에 표시되지 않아서 게임 내 방 구조를 다 외우지 않았다면 지도가 반쪽짜리 도움밖에 주지 않는다. 후자의 경우, 게임 내 세이브 포인트의 분포는 나름 잘 되어 있다만, 문제는 세이브 포인트 간 빠른 이동이 불가능하고, 지역별로 하나만 존재하는 지하철 역에서만 다른 지하철 역으로 순간이동 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안 그래도 백트래킹으로 인해 호불호가 강한 장르에서 더 백트래킹이 답답하게 느껴지고, 심지어 몇몇 지역은 지하철 역을 꽁꽁 숨겨 놓아서 처음에 못 찾는다면 이후 게임 진행이 심히 비참해질 수도 있다.

더 웃긴 건, 이 두 문제점을 따로따로 가지고 있던 게임들이 이로 인해 비추천 평가를 다소 받은 과거가 있는데, 이 두 개를 같이 결합해 놓고 좋은 평가를 받으려는 심보가 괘씸하다는 것이다. Ender Lilies 의 경우 게임플레이 면에서는 별 말이 없었으나, 게임 내 지도가 자세하지 않고 그냥 직사각형 뭉치여서 이를 싫어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 게임은 적어도 각 지역 내 구간마다 수집품을 100% 수집했는지 아닌지 알려주는 기능이 탑재되어 있었고, 이 때문에 게임 100% 달성을 자력으로 하는 게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GRIME 의 경우 (게임 출시 버전 기준) 세이브 지점 사이 텔레포트를 무려 최종 보스를 잡고 나서, 즉 엔딩 보기 직전에 준다. 그 이전에는 이 게임처럼 특정 위치 간 제한된 텔레포트만 지원하며, 새로운 능력을 얻고 이전 지역을 돌아보려면 텔레포트 가능한 곳까지 직접 뛰어가야 한다. 차라리 이 게임은 엔딩 보기 직전에 주는 최소한의 배려라도 해두었지, 이 게임은 엔딩을 보고도 그런 거 주지 않는다. 더 놀라운 점은, 여기서 말한 두 게임은 Possessor(s) 와는 다르게 왜 이런 특징들이 욕을 먹는지 배우고 이를 고쳤다는 점이다. Ender Lilies 의 경우 후속작인 Ender Magnolia 에서 지도를 훨씬 보기 좋게 개선하였으며, GRIME 의 경우 대규모 업데이트 이후 게임 중반부에 세이브 포인트 간 텔레포트를 해금할 수 있도록 해 두어서 탐험이 덜 비참하게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이 게임은 지역 간 이동이 불편함 + 지도가 상세하지 않음 + 수집품을 찾는 것 관련 편의성 기능 없음 3단 콤보를 동시에 심어 두어서, 메트로배니아 장르의 게임에서 가장 재미있게 느껴져야 할 탐험이 끔찍하게 답답하고 짜증나게 느껴진다.

> 위에서는 적지 않았으나, 탐험 관련 심각한 단점이 하나 존재한다. 게임 내 초반 지역을 보면 세로로 서 있고 붉은색 실밥같은 게 튀어나와 있어서 딱 봐도 부술 수 있는 것 같은 벽들이 존재하는데, 게임을 플레이 하다 보면 이것들을 어떻게 부수는지 전혀 알려주지 않아서 막히는 상황에 도달할 것이다. 그럼 이들을 어떻게 부수는가? 정답은 "게임 시작 때 얻은 채찍을 튀어 나온 부분에 걸어서 고정한 다음 당겨서 부숴야 한다!" 이다. 이게 진짜 등신같은 게, 게임 내 내려찍기로 부술 수 있는 바닥과 똑같은 색으로 칠해 놓은 벽을 만들어 놓으면, 당연히 플레이어는 이를 보고 "아, 그러면 이 벽이 바닥이랑 비슷하니, 나중에 여기를 부수는 능력을 얻겠구나!" 라고 생각한다는 걸 고려조차 안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채찍으로 당길 수 있는 몇몇 구조물들은 눈에 띄게 하얀색 손잡이를 달아 두었는데, 이건 잘 해 놓고 게임 진행에 핵심적인 채찍으로 벽 부수기는 알려주지도 않는다는 게 기이하게 느껴진다. 심지어 붉은색 벽인데 하단에 존재하는 건 또 (앞의 문장처럼) 채찍으로 못 부수고 슬라이딩 격파 능력을 이용해서 파괴해야 한다! 이쯤되면 게임 내 통일성이나 디테일은 쓰레기통에 버린 수준이다.
Posted November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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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hrs on record
생일 선물로 기묘한 저택의 열쇠를 받게 된 한 여학생, 그리고 저택 안의 비밀들을 풀어나가는 이야기

Your House 는 같은 개발사의 전작들인 Unmemory 와 Delete After Reading 에서 보여준 "텍스트 기반 퍼즐 어드벤처 장르의 게임이지만, 텍스트를 화면에 띄우는 방식이 단순하게 화면에 보이는 게 아니라 게임플레이에 영향을 미친다" 라는 특징을 그대로 계승한 게임으로, Delete After Reading 이 비주얼을 전작보다 더 귀여운 방향으로 잡고 스토리도 유머 요소로 타서 큰 차이를 보였다면, Your House 는 Unmemory 의 프리퀄이라고 스팀 페이지 설명에 못 박은 만큼, Unmemory 의 시각적 방향성을 어느 정도 계승하였으며 스토리의 내용 또한 더 진중한 모습을 보인다. 참고로 이 게임이 예전 작품의 프리퀄인 만큼, Your House 의 엔딩을 보면 Unmemory 의 몇몇 설정들과 이어져 있다는 게 확실히 눈에 보이기 때문에, 만약 해당 게임을 해 봤다면 "어 그런 거였어?" 라고 반가움이 들 수도 있고, 안해 봤다면 그 게임의 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러로 느껴질 수는 있다만, Unmemory 의 스토리 자체가 다 밝혀지는 게 아니라 게임의 초중반에 나오는 설정이 풀린다는 것에 더 가깝기 때문에, 원치 않는 스포일러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Your House 의 스토리 초반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해 보자면, 1990년대에 살고 있는 한 10대 학생인 Debbie 가 자신의 생일날 집을 선물해 준다는 수상한 편지와 열쇠 한 개를 되는데, 편지에 적힌 주소만 보고 사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녀는 실제로 저택 한 채를 눈 앞에 보게 되고, 젊은 나이에 평균 이상의 집을 받았다는 사실에 놀람과 동시에 며칠 동안은 돈 걱정 없이 여유로운 생활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얼마 안 있어 저택 안에 많은 비밀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쪽지를 발견하고, 무언가를 알고 있는 듯한 외부인이 자꾸만 저택에 침입하려는 스릴러적 요소까지 더해져서, Debbie 가 미로와 같은 저택을 이곳저곳 탐험하고 이와 관련된 어두운 비밀을 알아내는 게 게임 내 스토리의 전체적인 흐름이다. 게임의 스토리에 대한 간단한 감상평은, "완전히 특별할 건 없는데 마무리가 애매한 건 또 아니여서, 그럭저럭 먹을 만한 스토리였다" 로 요약할 수 있다. 등장 인물이 많은 편은 아니라 스토리나 게임의 흐름이 정적으로 느껴질 수는 있는데, 적절하게 등장하는 사건들 및 과거 떡밥들 때문에 플레이어가 스토리에 지루함을 느끼지는 않으며, 몇몇 포인트 앤 클릭 게임들이 게임플레이에만 신경쓰느라 스토리는 저 멀리 던져 버린 걸 생각하면, 이 정도면 평균치는 만족했다고 생각한다.

스토리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그러면 게임플레이는 어떠한가? 위의 문단에서 적은 것처럼 "텍스트가 게임플레이에 영항을 미친다" 가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갈 수 있는데, 게임의 초반에 나오는 예시를 들자면, 화면에 텍스트가 등장하고 플레이어가 이를 읽는 건 텍스트 기반 게임들과 비슷하다만, 굵은 글씨체로 등장하는 단어가 나오면 텍스트가 화면에 뜨는 게 멈추며, 이를 누르면 주인공이 그 행동을 행했다는 묘사와 함께 텍스트가 이어서 뜨며 스토리가 진행된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그냥 글 중간중간에 주인공이 행동하는 과정들에만 생동감을 준 게 아닌가?" 라고 생각이 들 수 있다만, 이후 진행에서는 이보다 더 흥미로운 텍스트-게임플레이 상호작용이 나오니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그러면 이 게임의 장르는 텍스트 기반 어드벤처 장르가 다인가요?"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약간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전반적인 게임플레이는 방탈출 게임처럼 퍼즐 풀이에 힘이 더 들어가 있다. 물론 게임은 전체적으로 역동적인 액션이 아니라 텍스트를 통한 설명 및 행동으로 진행이 된다만, 중간중간 퍼즐들이 나오기 때문에 이를 풀지 못하면 스토리를 진행할 수 없다. 몇몇 비추천 평가들에 보면 퍼즐들이 지루하고 방탈출 게임 논리에 기반한 퍼즐들이 있어서 진행이 피곤했다는 평가들이 보이던데, 사실 이 말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다. 특정 퍼즐들은 풀이 방식이 기묘했으며, 이를 빠르게 눈치채지 못한다면 퍼즐 해답을 보고 제작자를 감금하고 싶은 위험한 충동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Unmemory 를 플레이 해 본 입장에서는 묘하게 Your House 가 더 쉽게 느껴졌으며, 물론 두 게임 모두 숨겨져 있는 퍼즐들을 풀지 않긴 하였으나, 본편만 비교해 봤을 때는 게임이 더 어려워졌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퍼즐들의 풀이 방식 또한 방탈출 게임들에 어느 정도 짬밥이 있다면 그렇게까지 의구심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으며, 그나마 유일하게 느껴진 문제점을 꼽자면 백트래킹이 약간 존재해서 퍼즐 풀이의 흐름이 끊겨질 수 있다는 점인데, 사실 포인트 앤 클릭 장르의 게임들을 여러 개 해본 사람이라면 그 장르의 게임들에서 실수로 특정 정보를 놓치면 무간지옥에 갇힌 것처럼 지옥의 뺑뺑이를 돌아야 한다는 걸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이 게임에서 그렇게까지 답답함을 느끼지는 않는다. 즉, 방탈출 / 포인트 앤 클릭 게임을 이 게임으로 처음 접한다면 실망감을 느낄 것이지만, 이미 해당 장르의 게임들을 몇 가지 해보고 단편 방탈출 게임 하나 찾는 사람들이라면 그렇게까지 거부감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Unmemory 보다 스토리 몰입감이나 퍼즐의 구성이 살짝 아쉬운 게임이었으나, 전반적인 비주얼 / 스토리의 흐름 / 퍼즐들의 배치가 매우 나쁘지는 않은 게임이기 때문에,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퍼즐 게임을 찾는다면 괜찮은 게임이라고 생각되어 추천. 플레이타임은 엔딩을 보기까지 약 2시간 걸렸는데, 물론 게임 내 숨겨진 퍼즐들을 찾지 않은 채로 본편을 깨는 데만 집중한 플레이타임이긴 하다만, 가격 대비 플레이타임이 그렇게 좋지는 않기 때문에 직접 이 게임을 해보고 싶다면 어느 정도 할인할 때 구매해서 해보는 걸 권장한다.
Posted November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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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hrs on record
명작 퍼즐 게임 시리즈인 "모뉴먼트 밸리 시리즈" 의 3번째 작품이자, 같은 시리즈 내 이전 작품들과 비교해 다양한 기믹을 넣으려는 시도가 보이는 작품.

Monument Valley 3 는 착시를 기반으로 한 시각적 연출과 퍼즐들을 기반으로 하는 모뉴먼트 밸리 시리즈의 세 번째 게임으로, 비주얼 면에서는 절대로 실망시킨 적이 없는 시리즈의 최신 작품답게 여전히 시각적 면모가 뛰어난 게임이다. 1편과 2편 모두 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2편으로 넘어오면서 더 화사하고 다양한 색채를 사용해서 플레이어가 화면을 보는 맛을 더 높여 주었는데, 3편 또한 시각적 면에서 한 번 더 발전한 면을 보인다. 2편과 다르게 살짝 더 긴 컷씬들을 넣어 놓아서 화면을 감상하는 재미가 올라갔고, 게임의 배경이 바다를 떠돌아다니며 등대를 수리하는 스토리인 만큼, "정화되지 않은 바다" 와 "배가 다니기 안전한 바다" 가 붉은색 / 흰색 + 검은색 그리고 파란색 / 초록색으로 확연한 차이를 보여서 색감 면에서는 2편만큼 만족스러웠다. 특히 게임의 후반부에는 바다가 아니라 밀밭이 나오면서 이와 관련된 퍼즐 기믹 및 이동 애니메이션이 나오는데, 해당 스테이지가 정말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시각적인 면 말고도 퍼즐 관련 기믹도 조금 더 늘어났는데, 이전 문장에서 적은 밀밭 관련 기믹 말고도 메인 기믹 중 하나로 나오는 건 바로 바다 위를 항해하는 배 관련 기믹이다. 전작에서 볼 수 있었던 토템이 이번에는 작은 돛단배 형태로 나오며, 주인공이 이 위에 탑승하면 터치 & 드래그 형식으로 배를 조작할 수 있다. 게임의 테마가 착시인 만큼, 배의 위치를 오묘하게 배치하면 기하학적으로 불가능한 이동 경로를 만들어 낼 수도 있고, 아무래도 이전 작품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기믹인 만큼 이와 관련된 시각적 연출들을 보는 맛이 있었다. 다만 이 드래그 형식의 조작이 생각보다 그리 편하지는 않았는데, 방향키가 아닌 화면 홀드 + 드래그 방식은 모바일 게임에서 더 많이 사용하는 조작인 만큼, PC로 이 조작을 행하는 게 어색하게 느껴졌으며 조작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순간도 종종 발생하였다. 그래도 게임이 고도의 컨트롤을 요구하는 게임은 아닌 만큼, 여기서 느낀 불쾌감은 그리 크지 않았으며 게임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지는 않았다.

시각적인 면에 대해서는 극찬을 남겼지만, 퍼즐의 퀄리티 및 스토리 면에서는 비주얼만큼 발전하였다고 보기에는 애매하다. 전자의 경우, 당연히 퍼즐을 플레이어에게 보여주는 형태는 아름답지만, 퍼즐의 난이도는 오히려 이전 작들보다 더 내려갔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뉴먼트 밸리 시리즈가 고난이도의 퍼즐로 승부하는 게임 시리즈는 아니지만, 1편의 마지막 스테이지는 어느 정도는 생각을 해야 해결할 수 있었으며, 해당 게임의 추가 스테이지 또한 마지막 부분에는 약간은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다. 반면에 이번 게임에서는 마지막까지 생각을 요구하는 스테이지는 나오지 않았고, 그저 "어 이거 그냥 물 흐르듯이 너무 자연스레 진행되는데?" 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후자의 경우, 스토리가 별로라는 건 아니며, 오히려 몇몇 스토리 위주 게임들보다는 기승전결이 완벽하고 주인공에게 닥치는 위기와 고난의 극복 - 부서진 등대를 복원하면서 스승과의 이별을 받아들이고 바다를 더 안전한 곳으로 만들어 가는 모습 - 은 스토리 내 안정적으로 녹아 들어갔다. 다만 1편에서 결말을 통해 주인공의 서사를 확실하게 자리잡고 플레이어에게 충격을 주는 결말이나, 2편에서 (스토리의 충격은 덜 하더라도) 나름 자녀가 성장하는 이야기를 밝은 톤으로 그려냈다면, 이번 작품의 경우 스토리의 퀄리티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이야기의 흐름이 몇몇 부분에서는 너무 작위적으로 느껴져서 개인적인 취향과는 별로 맞지 않았다. 물론, 모뉴먼트 밸리 1편이 스토리 편에서는 너무 고점을 찍어서 이후 나온 같은 시리즈의 다른 작품들이 이보다 더 흥미로운 스토리를 낼 수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스토리 관련에서 불만을 느꼈음에도 이 게임에 비추천을 남길 정도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사실 퍼즐의 퀄리티나 스토리보다 더 큰 의아함을 느낀 건 가격인데, 이전 게임들도 가격 대비 플레이타임이 좋은 게임은 아니었으나, 이번 작품의 경우 가격이 거의 2배가 올랐음에도 플레이타임은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물론 12월 3일에 무료 컨텐츠 추가 관련 공지를 하였으며 이를 통해 가격 상승이 납득이 될 수 있다는 행복회로를 돌릴 수도 있으나, 이전 작품들 모두 추가 업데이트를 통해 여러 개의 스테이지가 추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플레이타임이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는 걸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획기적인 업데이트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모뉴먼트 밸리 시리즈의 이전 작품들과 거의 비슷한 맛 + 약간의 이색적인 조미료를 쳐 놓은 맛을 지니고 있으며, 파격적인 발전을 보이는 게임은 아니지만 나처럼 해당 시리즈에 애정이 있으며 전작들을 재미있게 해 왔다면, 이번 작품에서도 화면을 바라보며 잔잔하게 눈과 마음을 힐링할 수 있기에 추천. 플레이타임의 경우 이전 작들처럼 1.5 ~ 2 시간이면 모든 퍼즐을 해결할 수 있기에, 가격 대비 플레이타임은 많이 아쉬운 게임이다. 만약 구매를 할 것이라면, 할인을 할 때 1편부터 3편까지 묶어 놓은 콜렉션 번들을 구매해서 돈을 조금이라도 더 절약할 수 있도록 하자.

여담) 스팀 업적의 경우 대부분 스테이지 진행만 해도 딸 수 있지만, 3편의 경우 1편과 2편과는 다르게 스테이지를 완료해도 초기화 되지 않는 요소들이 있기에 실수로 놓친다면 게임 초기화를 해야 딸 수 있는 업적들이 존재한다. 이렇게 놓칠 수 있는 업적 모두 3번째 스테이지에 존재하며, 스팀 가이드에 이러한 업적 관련 가이드가 있으니 업적 100% 를 좋아한다면 가이드를 보면서 따는 걸 권장한다.
Posted November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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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 hrs on record
저택에서 실종된 한 여인을 찾기 위해 대규모 교령회에 참여하게 되는 한 사립 탐정이, 저택의 비밀과 교령회에 참가하는 신비주의자들에 대해 알아가며 진상을 서서히 밝혀가는 이야기.

The Seance of Blake Manor 라는 게임의 제목을 직역하면 "Blake 저택에서의 교령회 / 영매술 의식" 으로, 교령회에 참여하기 위해 저택까지 왔다가 실종된 여인인 Evelyn Deane 을 찾아내기 위해 주인공인 사립 탐정 Declan Ward 가 탐구하는 행사이기도 하다. 명성 있는 대저택 안에서 단순히 한 사람이 실종되었다면 탐정에게 맡기는 게 아니라 주변 경찰과 협력하는 게 더 빠르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세 가지 이유 때문에 주인공은 저택 내 정체를 모르는 사람에게서 실종과 관련된 편지를 받고 이 사건을 해결하게 위해 나서게 된다. 먼저, 이 게임의 시대적 배경은 1897년으로, 현대 사회와 다르게 실종된 사람을 찾는 일이 그리 신속하게 벌어지지 않는다. 두 번째로, 이 게임의 세계관은 게임 내 오컬트적 및 초자연적인 현상들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세계관으로,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가 사는 세상처럼 이런 오컬트와 관련된 신비주의자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건 아니지만, 게임 내 이런저런 마법 의식들 및 비현실적인 사건들이 실제로 일어나기 때문에 요즘 나오는 특수설정 미스터리 / 추리 소설처럼 너무 현실적인 접근 방식으로는 해결을 할 수 없는 사건이다. 마지막으로, 한 사람이 실종되었다면 교령회에 참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말이 나와야 되는데, 이상하게도 저택에 있는 사람들은 Evelyn Deane 에 대한 기억이 싹 다 지워진 것처럼 행동하였으며, 실제로 저택 내 사람들에게 실종된 여인이 어디로 갔는지 물어보면 누군가 억지로 기억을 흐릿하게 만든 것처럼 확실한 대답을 하지 못한다. 이를 알게 된 Declan Ward 는 그녀가 아직도 이 저택 어딘가에 감금되어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저택 안의 모든 용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서 누가 이 납치극을 벌였는지, 그리고 저택에 도착하고 이틀 뒤 저녁에 일어나는 교령회를 막기 위해 용의자들의 과거를 캐고 그들의 부탁을 들어주는 게 게임의 주요 스토리 내용이다. 사실 용의자들의 과거를 캐는 과정이 썩 윤리적인 건 아닌데, 저택 안에 마스터키를 훔쳐서 각 방에 몰래 침입해서 방 안의 증거물들 및 용의자들의 어두운 비밀들을 싹싹 다 긁어 먹은 뒤 이를 추궁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주인공의 개입이 없었다면 교령회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끔찍한 죽음을 맞는 배드 엔딩밖에 없다는 걸 생각해 보면, "저택의 비밀을 푸는 과정이 썩 깨끗하지 않다 하더라도 결과가 중요하면 된 거 아닐까?" 라는 의문이 저절로 들게 될 것이다.

게임의 스토리에 대한 서론은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그러면 이 게임은 어떤 게임인가? The Seance of Blake Manor 에 대한 특징들을 몇 가지 적어 보자면 다음과 같다:

> 같은 개발자의 전작인 The Darkside Detective 가 조금 더 유머러스한 톤의 스토리를 지니고 있고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포인트 앤 클릭 장르 게임이었다면, 이 게임의 경우 스토리가 더 진중하며 게임 내 시간 제한이 존재한다. 스토리에 대한 전반적인 감상은 밑에서 이야기하고, 게임 시스템의 경우 플레이어가 행동을 할 때마다 게임 내 시간이 흐르게 되며, 1시간마다 용의자들이 움직이고 저택 내 특정 이벤트 - 식사 또는 신화 관련 강의들에 주인공이 참여할 수 있다 - 가 일어나기 때문에, 시간을 물처럼 낭비한다면 최적의 결말을 맞지 못하고 교령회에 참여한 사람들이 사망하는 걸 무력하게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작과 다른 방향성의 게임플레이를 지녀서 그런가 스팀 토론 및 부정적 평가들에 "굳이 시간 제한을 넣을 필요가 있었냐?" 라고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이 다소 보이며, 실제로도 1회차 플레이 도중에도 트루 엔딩을 보기 위한 시간이 부족하게 되자 이와 같은 생각이 저절로 들게 되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 게임 내 시간 제한 시스템은 굉장히 너그러운 편이며, 2회차 때는 시간을 덜 낭비하는 법을 배우고 좀 더 최적화된 방향으로 게임을 플레이하자 오히려 3시간을 남기고 트루 엔딩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어떤 면에서 이 시스템이 자비로운가? 먼저, 앞의 문장에서 살짝 언급하기는 했지만, 게임 내 시간이 실시간으로 사라지는 게 아니라, 시간을 소비하는 선택지를 고를 때만 시간이 줄어든다. 이게 뭔 헛소리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용의자들에게 질문하기 / 식사와 같은 이벤트에 참여하기 / 단서를 확인하기 등등의 행동을 할 때 몇 분이 시간 제한에서 차감되는지 게임이 확실히 알려주며 (대부분 질문 1개 및 단서 확인 1개당 1분이라는 정직한 시간 환전 비율을 지키고 있으며, 특정 이벤트에 참여할 때는 10분 이상 걸리긴 하지만 흔한 일은 아니다) 그 외의 행동은 게임 내 시간과 관련이 없다. 이 때문에 특이하게도 장소를 이동하는데 / 저택 내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데 아무런 시간이 들지 않는데, 이로 인해 플레이어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벤트가 발생하기 전 무조건 정해진 장소로 미리 가야 한다는 압박감을 전혀 느끼지 않으며, 플레이어가 클릭만 신중히 한다면 탐험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두 번째로는, 게임 내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이다. 매일 약 8 ~ 9 시간 정도 탐험하는 데 소모하며, 몇몇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벤트를 제외해도 이틀 동안 12시간 정도는 완전한 자유 시간으로 주어진다. 탐색 관련 클릭 하나당 약 1분 소모된다는 걸 생각하면, 괴상한 질문들을 모두 누르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만 않는다면 탐색에 있어 시간이 과하게 모자랄 일은 없을 것이다. 실제로도 1회차 때 헛짓거리를 많이 했지만 진엔딩 관련 진행을 약 75% 정도 성공했으며,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첫 회차때 최적의 결말을 보는 게 불가능한 건 전혀 아니다. 즉, 게임 내 시간 제한이 뻑뻑하거나 부조리한 건 아니며, 오히려 대다수의 포인트 앤 클릭 게임에서 보이는 "무지성으로 클릭하기" 를 방지함과 동시에 게임 내 선택지를 누르기 전 한 두 번 정도 생각하고 결정하는 동기 + 시간에 쫓긴다는 탐정의 심정에 공감하는 몰입감을 제공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 오히려 다른 부정적 평가들에서 공감했던 점은 생각보다 탐험의 폭이 좁다는 점 및 추리 게임이라는 장르로 이 게임을 접하면 쉬운 난이도에 당황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전자의 경우, 물론 모든 탐험 게임이 무한한 컨텐츠를 제공할 수는 없지만, "선택의 중요성" 이라는 태그가 붙은 것 치고는 중요한 선택지가 별로 없으며 오히려 직선형 구조를 지니고 있다. 엔딩 분기가 갈리는 것도 교령회가 일어나기 전 모든 용의자들의 과거를 알아내고 그들을 얼마나 도와줬는가 (즉, 얼마나 게임을 완료했는가) 로 갈리며, 게임의 결말 부근에서 누가 납치범이었는지 추리를 실패하면 나오는 끔찍한 엔딩 빼고는 플레이어가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해서 엔딩이 변하는 건 없다. 물론 용의자를 알아내는 과정에서 탐험 요소를 맛보고 재미를 느끼는 것이기에 이에 대한 심한 불만을 느끼지는 않았으나, 광활한 저택에서 펼쳐지는 어드벤처 및 다양한 선택지 면에서 흥미로운 게임플레이를 원했다면 실망을 할 수 있기에 평가에 미리 적어 놓는다. 후자의 경우, 게임의 분위기만 보면 본격 추리 소설들처럼 두뇌 싸움을 많이 해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건실하게 저택을 돌아다니며 미스터리를 차근차근 풀어가다 보면 자연스레 범인이 한 명으로 좁혀지게 된다. "잘 쓴 추리 소설이라면 독자가 그렇게 유추하는 건 당연한 게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황금 우상 사건같은 어려운 추리 게임에서 단서를 다 눈앞에 주는데도 머리를 내려치며 추리를 겨우 성공했던 걸 생각하면, 이 게임은 오히려 훨씬 쉬운 게임인 오리 탐정 시리즈처럼 "아니 게임을 진행했을 뿐인데 사건이 해결 되었다니까?"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된다. 게다가 게임의 결말 부분에서 범인에 대한 단서가 하나 더 풀리게 되는데, 이 단서가 범인을 특정하는데 너무나도 강력한 단서여서 추리의 난이도가 급격히 하락하게 된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었다. 실제로도 1회차 때 단서 두 개를 제대로 못 써먹었는데 마지막 단서를 보고 바로 범인을 찾는 데 성공하였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말 전의 부분에서는 범인에 대한 단서 떡밥 뿌리기를 적당하게 잘 하였다고 생각하며, 20명 정도나 되는 다양한 용의자들을 잘 버무려 넣었다는 점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추리의 난이도만 제외한다면 이와 관련된 시스템 및 스토리 구조는 잘 설계하였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게임 진행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Tab 키를 눌러서 맨 좌측의 Mysteries 를 누른 뒤, 각 미스터리 및 용의자 항목을 누르면 무엇을 해야 이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 대놓고 알려주므로, 텍스트를 대강 읽다가 뭘 해야하는지 까먹었다면 해당 메뉴를 톡톡히 활용하도록 하자.

> 그렇다면 스토리는 어떠한가? 범인을 검거하는 과정의 난이도 및 추리 관련 게임플레이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스토리만 따져 보자면, 의외로 그렇게 나쁜 스토리는 아니었다. 여러 명의 용의자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 및 각 인물의 개성과 그들이 어떻게 Evelyn Deane 과 연관되어 있는지는 생각보다 잘 쓰여져 있었으며, 용의자들의 과거를 알아내고 그들의 고충을 해결하는 게 범인을 검거하는 과정과 잘 녹아 들어가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보이기는 했으나, 개인적으로 그 정도로 많이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보다 더 진입 장벽을 느낄 수 있는 건 게임 내 스토리의 소재인데, 게임 내 오컬트 및 초현실적 요소의 대부분이 아일랜드의 설화에서 유래하였기 때문에 이 쪽 소재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다면 몇몇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고 받아들이는 게 힘들 수 있다. 다행히 게임 내 도서관에서 각종 자잘한 소재에 관한 지식을 읽어 볼 수 있다만, 아일랜드의 역사 및 설화에 관심이 없다면 이를 읽는 게 살짝 지루할 수 있다. 그래도 게임의 주요 스토리 흐름이 난해하지 않기 때문에, "이 책들을 다 읽지 않는다면 스토리가 이해가 되지 않아서 지루하게 느껴질까?" 라는 고민을 가질 필요는 없다. 엔딩에 와서 밝혀지는 진상 및 결말은 충분히 임팩트 있었으며, 눈치가 빨랐다면 결말을 예상할 수도 있겠지만 그 정도로 뻔한 스토리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마음에 들었던 점은 엔딩 이후 나오는 후일담인데, 범인이 아닌 사람들을 성공적으로 구해서 교령회 이후 사망하지 않으면, 사건 이후 무엇을 하게 되었는지 짧은 텍스트와 일러스트를 보여주기 때문에, 마치 스토리 기반 게임의 엔딩을 본 뒤 에필로그를 감상하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참고로 트루 엔딩 (모든 구할 수 있는 사람들을 구하는 최적의 엔딩) 을 보게 되면 여기에 더해 일반 엔딩에서 안 나오는 추가 컷씬이 나오니, 스토리가 진정으로 마무리 되는 듯한 느낌을 받고 싶다면 트루 엔딩을 노리는 걸 권장한다.


결론적으로, 난이도 면에서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구조 자체는 탄탄한 추리 기반 게임플레이 구조, 흥미를 가지게 만드는 소재의 활용 및 다양한 개성의 인물들을 활용하여 나온 매력적인 스토리, 그리고 평가 자체에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훌륭한 비주얼 및 음울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사운드의 적절한 활용을 버무려서 나온, 여러모로 나쁘지 않은 게임이여서 추천. 플레이타임의 경우 1회차 기준 12시간이 걸려 엔딩을 보았으며, 생각보다 분량이 적은 게임은 아니라 가격 대비 플레이타임이 그렇게까지 아쉬운 게임은 아니다. 다만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며 크게 거슬리는 점이 한 가지 있었는데, 왜인지 모르겠는데 게임 중간중간 로딩이 잦아서 게임의 흐름을 끊어 먹는다는 점이었다. 게임 최적화 문제는 아닌 거 같은데 - 게임을 플레이하며 정원 구역을 로딩할 때 버벅임이 발생하는 것 빼고는 버그 및 진행 관련 이슈가 없었다 - 이상하게 로딩이 많아서 자꾸 게임 진행이 약간씩 멈추는 게 신경에 거슬렸다. 그래도 게임이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이러한 문제점들을 이후 업데이트로 완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

여담) 스팀 업적의 경우, 100% 달성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으나 트루 엔딩 1번 및 배드 엔딩 1번을 봐야 해서, 1회차 플레이 안에 이 두 업적을 동시에 따는 건 놓치기 쉽다. 회차 플레이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면, 1회차 때는 본인이 원하는 대로 플레이하고, 2회차 때는 용의자들을 도와 주되 각 인물의 퀘스트를 완료하기 직전에 맞춰 놓고 > 해당 세이브파일에서 배드 엔딩을 본 뒤 > 불러오기를 하고 모든 인물들을 도와 줘서 트루 엔딩을 본다면 어느 정도 회차 노가다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게임 내 시간 빨리 감기 및 시간 되돌리기 (정확히 말하면 1시간 단위로 되돌리기 때문에, 너무 미세한 시간 조작은 기대하지 말고 특정 이벤트를 놓쳤다면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만 쓰자) 를 지원하며, 자동 세이브가 매우 꼼꼼한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 내 편의성은 잘 갖춰져 있다.
Posted November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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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hrs on record
자신이 고대 무덤이라고 믿는 남자아이가 테라코타 도자기 석상 남자아이와 친구가 된 뒤 자신의 몸 속에 묻을 수 있는 시체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 ...... 아니 잠깐만 이거 스팀 페이지 설명이 왜 이래요 ???

The Little Tomb: The Maholova Club and the Search for a Dead Body 는 충격적인 게임 제목으로 플레이어들에게 자극을 주는 게임으로 - 참고로 일본어 제목은 こふんは生きている, 해석하면 "Kofun (고분 / 고대 무덤) 은 살아있다" 로 번역할 수 있는데, 게임 내 주인공과 그의 목표를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 제목만 보면 무슨 미스터리 및 스릴러 장르의 게임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성장물 및 캐주얼 / 속히 말하는 "힐링 게임" 장르의 스토리를 지닌 게임으로, 가벼운 탐험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진행은 선형적이고, 탐험을 하는 지역 / 게임이 진행되는 장소의 넓이가 그렇게 넓지 않기 때문에, 뭔가 다양한 어드벤처 요소가 있는 게임을 원했다면 조금 실망할 수 있는 게임이다. 게임플레이의 경우 독특한 메커니즘 (주변 사물을 조사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서 "액션 포인트" 를 얻고, 이 포인트를 이용해 게임 내 퀘스트를 완료하거나 힌트를 얻으면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는 시스템) 이 있다고 스팀 페이지에서 홍보하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게임들에 비해 혁신적이거나 특이한 상호작용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서, 그냥 "아, 이런 시스템이 있구나~" 로 끝나며, 그저 다른 가벼운 탐험 게임들이 그렇듯이 이곳저곳 탐험하면서 자연스레 게임 진행에 필요한 오브젝트 및 상호작용을 찾아 다니다 보면 자연스레 엔딩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게임 내 힌트 시스템을 사용하려면 액션 포인트를 사용해야 하기에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힌트를 여러 번 쓰느라 게임 진행이 막힐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그 정도로 힌트에 의존하는 사람이라면 + 그 정도로 액션 포인트를 안 모으고 게임을 대충 진행하는 사람이라면 이 게임을 애초에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어서, 게임 엔딩까지 (억지로 액션 포인트를 0으로 만드려는 비뚤어진 목표를 지닌 상태로 게임을 진행하는 게 아니라면) 액션 포인트가 부족할 일은 없을 것이다.

단순한 게임플레이 시스템은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사실 이 게임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게임플레이가 아니라 바로 스토리와 세계관일 것이다. 이 평가의 맨 위에 적은 것처럼, 게임의 주인공 "Kofun / 고분" 은 땅에 잔디가 자라난 형상처럼 생긴 초등학생 정도 나이의 남자아이인데 - 무생물에 더 가까운 주인공을 남자아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깊게 고민하지 말자 - 혼자 공원에서 쓸쓸히 살고 있는 아이여서 매일매일을 지루하게 보내고 있는 인물이다. 그러던 어느 날, 흙을 구워서 만든 인형 형태의 남자아이 "Haniwa / 하니와" - 역시 어떻게 흙 인형이 남자아이라고 불리는지 깊게 고민하지 말자 - 가 공원에 찾아오게 되고, 두 명은 서로 친해지면서 Kofun 은 자신이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지게 된다. 여기서 이 게임의 아스트랄함이 나오는데, Kofun 은 자신이 무덤처럼 생겨 있기 때문에 "나는 무덤이다 = 무덤은 죽은 사람을 묻어야 본질을 다할 수 있다 = 그런데 나는 아직 죽은 사람을 묻지 않았다 = 그러면 내 몸 속에 묻을 시체를 찾아서 완전한 무덤이 되어야겠구나!" 라는 놀라운 의식의 흐름을 Haniwa 에게 설명을 해 준다. 그걸 또 듣고 "그러면 앞으로 죽은 사람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줄께!" 라는, 다른 장르의 대사였다면 굉장히 음침한 방향으로 스토리가 전개되었을 듯한 대사와 함께 주인공이 제대로 된 무덤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게임 스토리의 서론이다. 이 과정에서 Haniwa 와 같은 종족인 다른 토우들을 만나 그들과 친구가 되고, Kofun 의 탄생과 관련이 있는 인물들도 만나면서 점점 주인공이 자신이 원하는 걸 찾아 나서고 친구들을 돕고 서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알아가는 게 게임의 전체적인 내용이다. 즉, 게임 내 주인공의 특수한 생김새와 특이한 세계관 - 게임 내 하니와 (고대 일본 장식품으로, 토우의 일종이다) 종족들이 살아 움직이면서 인간과 공존하고 있으며, 그래서 그런가 주인공 같이 무생물에 더 가까운 인물이 살아 돌아다니는 것에 대해 아무런 위화감을 느끼지 않는다 - 을 제외하고 보면, 의외로 청소년 소설의 왕도적인 구성을 띄고 있다.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몰라서 방황하는 주인공이 친구들을 만나서 시야를 넓혀감 + 게임 내 내면의 고뇌 및 외부의 갈등이 평화적인 방식으로 깔끔하게 해결 + 어린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나온다는 내용답게 유머스러운 순간들이 나옴 + 어느 정도 열린 결말이기는 하지만 희망적인 미래를 담고 있음 4연타를 보면, 스토리의 전체적인 구성이 꽤 정상적이다. 단지 스토리의 세부적인 내용으로 들어가 보면 게임 내 주인공들이 무생물이라는 점, 이와 관련된 역사적 지식이 있으면 게임이 더 재미 있어진다는 점, 그리고 비현실적인 요소들이 세계관에서 너무나 일상적인 것으로 여겨진다는 게 일반적인 청소년 소설 / 캐주얼 힐링 장르의 게임들과 꽤 다르다는 게 큰 차별점으로 보이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다른 긍정적인 평가들이 적어 놓았듯이, 스토리를 즐길 생각으로 이 게임을 한다면 "어? 의외로 나쁘지 않은데?"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내용이 매우 충격적이거나 거대한 여운을 남기는 스토리는 아니지만, 초등학생 나이의 주인공을 내세우는 게임 치고 게임의 내용을 보면 (요즘 간간히 나오는 질 낮은 스토리 게임들과는 다르게) 자신만의 개성이 있음과 동시에 주인공이 하는 행동들이 과하게 유치하지 않아서, 이 정도면 과거에 플레이 하고 비추천을 남긴 스토리 게임들보다는 훨씬 선녀 같았다. 그러면 왜 이 게임에 비추천을 남기는지 물어볼 수 있는데, 그것은 게임플레이 자체가 순수 노잼이었기 때문이다. 워킹 시뮬레이터 기반의 비주얼 / 스토리 중심 게임을 보기만 하면 이런 장르는 게임이 아니라고 발작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데, 개인적으로 그 정도로 정적인 게임을 혐오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게임을 한다면 적어도 "왜 이 미디어는 게임이라는 형태로 나왔는가?" 라는 합당성을 게임 안에 잘 녹아 넣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이렇게 정적인 게임을 만든다면 아예 텍스트의 양을 늘려서 비주얼 노벨로 만들거나, 텍스트가 많지 않되 게임 내 세상을 탐험할 수 있는 워킹 시뮬레이터 + 어드벤처 방향의 장르로 게임을 만들게 될 텐데, 이 게임은 이 두 방향 중 후자를 택했다. 하지만 정작 게임 내 탐험 요소가 제한적으로 느껴져서 게임에 대한 재미를 증폭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고, 위에서 말한 게임플레이 요소가 독특하게 느껴지지 않았으며, 게임의 진행 속도 (스토리가 확장되는 속도) 또한 그렇게 빠르지 않고 느릿느릿하기 때문에, 게임을 하다 보면 "이걸 왜 하고 있는 거지?" 에 대한 현타가 중간중간 느껴진다. 그렇디고 이러한 지루한 게임플레이를 스토리가 완화해 주는가? 라고 한다면 그건 또 아니다. 스토리 위주 게임들을 여러 개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스토리로 인해 지루한 게임플레이가 용서 받으려면 스토리의 퀄리티가 아주 뛰어나야 한다. 안타깝게도 이 게임의 스토리는 그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스토리를 읽다 보면 따뜻한 햇살과 같이 안정적인 기쁨을 가져다 주기는 하지만, 환상적인 무지개를 보는 것과 같이 놀라움과 감격을 가져다 주지 않아서 플레이어들의 마음에 오래 남지 않을 것이다. 게임플레이의 재미 결여 외의 다른 문제를 집자면 게임 최적화가 평균 이하라는 점인데, 최소 시스템 요구 사항은 한참 넘겼음에도 게임 내 그래픽을 최대 화질로 설정하면 게임이 뚝뚝 끊기는 현상이 일어난다. 결국 게임과 타협하고 화질을 약간 낮춰서 플레이하기는 했는데, AAA 게임 급의 퀄리티를 지닌 게임이 아닌데도 최적화가 개판인 게임은 거의 처음 플레이해 본 것 같다. 웃기게도 게임을 진행하며 버그 및 강종은 단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는데, 최적화 하나만 조져 놓았다는 데에서 약간의 감탄과 경외감을 느낄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불쾌한 스토리를 지닌 게임은 아닌데, 게임플레이가 그렇게 재미있는 게임이 아니었으며, 스토리가 못 쓰인 건 아니지만 이런 단점을 덮어 줄 정도로 매우 인상적인 이야기는 아니었기 때문에 비추천. 플레이타임의 경우 엔딩을 보기까지 약 3.5 시간이 걸렸으며, 가격 대비 플레이타임이 약간 아쉬운 게임이기 때문에 직접 플레이를 해보고 싶다면 어느 정도 할인할 때 구매하는 걸 권장한다. 스팀 업적의 경우 대부분 스토리 진행을 하다 보면 딸 수 있기에 100% 달성이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지만, 놓치기 쉬운 사이드 퀘스트 몇몇이 있어서 게임 내 장소를 돌아볼 때 NPC 들과 꾸준히 상호작용하면서 퀘스트를 찾아 보는 걸 권장한다.
Posted October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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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6 hrs on record
Early Access Review
개초딩 카드 (비하적인 표현 아님) 을 만들어서 초등학생들의 손목을 비틀고 돈을 뺏어서 더 강한 스티커를 덕지덕지 붙여 기가OP 카드들을 만들어 가는 게임.

My Card Is Better Than Your Card! 는 (약간의 날조를 추가하자면) 게임의 제목 그대로 막강한 카드들을 만들어서 상대방의 카드들보다 내 카드가 더 쩔다는 것을 자랑한 뒤 어린 아이들의 용돈을 빼앗아 스티커를 구매하는 덱빌딩 로그라이크 게임이다. 대부분의 덱빌딩 게임들이 우중충한 테마를 지니거나, 배경 자체는 밝은데 스토리를 보면 특정 존재의 타락이나 망해가는 세상을 다루고 있어서 절대 평화로운 세계관을 지니지 않는다는 걸 생각하면, 이 게임의 경우 초등학생들이 스티커 모아서 서로 귀여운 카드들을 만들고 자랑하는 걸 주요 게임플레이 루프로 삼았으며, 게임 오버를 당한다고 끔찍한 죽음을 맞이하는 게 아니라 그냥 게임 오버 당하고 주인공이 슬퍼하는 게 전부라 아기자기하고 잔잔한 힐링 게임을 플레이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게임 엔딩에 나오는 최종 보스의 경우도, 다른 덱빌딩 게임들은 세상을 멸망시키려고 하거나 주인공을 죽이려 하는 위압감 넘치는 보스들이 나오는데, 여기서는 초등학생들이 나름 강한 카드들을 쓰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귀여운 스티커를 붙이면서 자랑하는 WWE를 하고 있는데, 그 와중 덱빌딩 게임에 진심인 아이가 나와서 "흠 .... 당신들의 덱은 너무 약하군요 .... " 라는 대사를 치는 혼모노가 UFC를 거는 걸 주인공이 더 강한 개초딩 카드로 이기는 내용이 최종 보스전에 나와서, 게임의 분위기를 암울하게 만들지 않음과 동시에 플레이어들이 "왠지 저 초등학생이 하는 말이 맞는 거 같은데 .... ?" 라는 내면의 반성을 하게 되는 개그스러운 장면으로 끝나는 게 마음에 들었다. 그렇다고 이 게임이 그냥 아기자기하고 쉬운 카드 게임이냐? 라고 하면 긍정적인 답변을 남기는 게 좀 애매한 게, 의외로 초등학생들이 만들어 오는 카드들이 너무 강해서 대충 잡덱을 만들고 덤비면 무자비하게 패배하기 때문이다. 쉬움 난이도에서는 그렇게 사기 카드를 안 만들어도 되지만, 보통 난이도 3주차부터, 그리고 어려움 난이도 2주차부터는 초등학생들이 카드 부스터 팩에 얼마나 현질을 많이 했는지, 덱을 아주 방향성과 시너지가 가득한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해서 싸우기 때문에, "왜 주인공은 저렇게 현질을 안하는 거야?!" 라고 게임의 구조에 대한 현실적인 불만이 들 수도 있다. 물론 플레이어는 게임 내 모든 컨셉의 스티커를 사용한다는 나름 파격적인 차별점이 있기는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이 때문에 특정 키워드 중심으로 덱을 쌓아 올려 가고 있다면 다른 스티커들로 인해 풀이 희석되어 자신이 원하는 스티커를 가져 갈 가능성이 낮다는 단점이 있어서, 이러한 특징이 플레이어에게 항상 유리하지는 않다.

하지만 게임의 난이도는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가볍게 언급한 스티커 시스템이다. 수많은 덱빌딩 게임들이 효과와 코스트가 고정되어 있는 카드들을 쓰는 데 비해, 이 게임은 비어 있는 카드 위 스티커를 붙여서 커스텀 카드를 만드는 게 주요 메커니즘으로 나온다. 물론, 스티커 1개당 1개의 사탕 (마나 / 코스트의 개념이라 생각하면 편하다) 값어치가 들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스티커를 다닥다닥 하나의 카드에 붙이면 사탕이 부족해서 카드를 낼 수 없을 것이다. 간단한 예시를 들자면, 기본 스티커 중 "별" 스티커는 "1개의 별 (데미지의 개념이라 생각하면 편하다) 을 얻습니다" 의 효과를 지니고, 이 스티커를 하나 붙인 카드를 내면 "1코스트 - 이 카드는 1데미지를 줍니다" 카드가 되는 것이다. "별" 스티커 2개가 붙은 카드를 내면 "2코스트 - 이 카드는 2데미지를 줍니다" 카드가 되는 것이고 말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별로 특별해 보이지는 않을 수 있는데, 게임 내 스티커의 종류가 의외로 많다는 점 및 같은 종류의 키워드를 공유하는 것끼리 붙여서 일명 OP 카드들을 여러 개 생산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 그 뒤로 한 장에 400데미지 이상은 기본으로 뽑아내는 카드들을 만들어 놀이터의 초등학생들 손목을 비트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가장 쉬운 사기카드 예시를 들자면, 게임 내 "벌레" 라는 자원을 이용해 카드를 뽑거나 이를 사탕으로 바꿔먹는 스티커들이 존재하는데, 벌레 생산 + 벌레 수만큼 에너지 획득 + 벌레 수만큼 카드 뽑기 스티커 3개를 합치면 "3코스트 - 벌레 4개를 획득합니다 + 벌레의 개수만큼 사탕을 얻습니다 + 벌레 2개를 잃고 카드 2장을 뽑습니다" 가 되며, 실질적으로는 벌레 자원 2개 + 1마나 + 카드 2장 드로우라는, 욕망의 항아리가 보고 경악할 만한 카드를 스티커 운만 붙으면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 또한, 스티커를 이용한 개사기 카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각 스티커의 효과 위치 조절을 통해 자연스레 각각의 스티커 활용법에 대해 이해할 수 있고, 몇몇 NPC 들이 쓰는 스티커 콤보를 통해서도 게임에 대해 간접적으로 배워 나갈 수 있다. 예시를 들자면, 위에서 말한 벌레 스티커에서 벌레를 획득하는 스티커를 맨 뒤에 놓는다면, 벌레가 없다면 아무것도 못하는 깡통 카드가 될 것이다. 이처럼 카드 위 어떤 스티커를 배치할 것인지, 그리고 어떤 스티커 효과를 어느 위치에 놓을 것인가를 이해하는 과정 속에서 게임의 다양한 키워드와 콤보에 대해 자연스레 배워갈 수 있다. 그래서 그런가, 게임의 첫 인상은 "의외로 게임이 깊이가 있는데?" 였다. 덱빌딩 게임이라고 광고하지만 실제로는 오토배틀러 장르에 더 가까운 게임이었던 와일드프로스트와는 완전 다른 첫인상이었는데, 비주얼이나 사운드 면에서는 뭔가 유치해 보여서 아동용 게임인 줄 알았음 + 그런데 실제로 게임을 하다 보면 얻을 수 있는 스티커의 개수가 많으며, 여러 장의 카드들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음 + 플레이어가 어떤 덱과 대결할지 정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불리한 덱은 피해 갈 수 있음 3박자 때문에, 테마 면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어도 게임이 과하게 부조리하거나 덱빌딩 면모가 밍밍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물론 초반에 상대방이 어떤 덱을 쓰는지 모를 때는 불리한 덱을 고르고 억까를 당할 수 있기는 한데, 몇 판만 하다보면 어떤 부류의 덱을 쓰는지 알 수 있기에 이에 대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다.

게임의 신선한 덱빌딩 시스템 (정해진 카드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직접 카드를 만들어 가는 재미 + OP 카드들을 만드는 데 실질적인 제약이 없어서 스티커만 잘 뽑는다면 아무리 사기 쳐도 말리지 않음) 이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게임의 난이도가 생각보다 쉽지 않으며 상대방을 견제하는 요소도 어느 정도 생각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아득바득 개사기 카드를 만들고 뽑아서 역전하는 맛도 있었다. 다만, 아직 게임이 얼리 엑세스라 그런가, 완벽한 게임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면모들이 있었다. 이후 업데이트에서 개선해 나갔으면 좋을 점들에 대해 적어 보자면:

> 게임 내 컨텐츠의 분량이 아쉽다. 이벤트의 개수나 게임플레이 루프의 구조는 이미 완성된 게임처럼 나와서 정식 출시된 게임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이긴 하지만, 게임 내 전투의 다양성이 아쉽고 - 정확히 말하면, 일반 전투는 얼엑 치고는 그나마 다양성이 어느 정도 있는 편인데, 보스 전투가 고정되어 있어서 계속 같은 보스를 싸우는 게 즐거운 경험은 아니었다 - 스티커의 개수 또한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티커의 경우 밑에서 더 이야기 하겠지만, 전투의 경우 더 많은 상대를 게임에 추가한다고 보장했으니 이후 추가되는 보스들도 지금 보스들처럼 개성이 있었으면 한다.

> 스티커 종류의 경우, 객관적으로 봤을 때 약 200종류가 존재하기에 절대로 적은 편은 아닌데, 전체적으로 보자면 두 가지 면에서 스티커 시스템이 아쉬웠다. 첫 번째의 경우, 게임 내 키워드 / 대체 자원 당 확실한 "종결 카드" - 슬레이 더 스파이어로 치면 독을 2배 만드는 촉매 카드나, 독의 양만큼 폭발해서 광역 데미지로 바꾸는 시체 폭발 같은 카드 말이다 - 가 거의 없어서, 키워드에 의존하는 덱의 경우 모래성을 만들듯이 매 판이 천천히 빌드업 해 나가면서 정직하게 자원을 점수로 전환해서 벌어야 한다는 게 아쉬웠다. 물고기 덱이나 음악 덱의 경우는 승리 플랜이 꽤 명확하기는 한데 (물고기 덱의 경우 낚시로 100마리 넘는 물고기들을 점수로 일정량 바꿔먹을 수도 있고, 음악 덱의 경우 음표 키워드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일시적으로 음표를 많이 만들어 점수와 카드 드로우로 바꿔 먹는 어그로성 덱이라 키워드 의존도가 크지 않다) 벌레 덱이나 판타지 덱 같은 건 점수 쌓는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고 열심히 쌓은 자원이 날아가 버리면 복구하는 과정이 그리 쉽지 않다. 두 번째로는, 매 판마다 모든 스티커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다른 덱빌더 게임들과 달리 직업이라는 컨셉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은 스티커를 추가하면 할수록 스티커 풀이 희석되어서 자신의 덱 컨셉에 맞는 스티커를 뽑는 게 힘들다는 것이다. 게임 내 시작 덱마다 처음으로 받는 스티커들이 다르기는 하지만, 막상 게임 내 얻을 수 있는 스티커의 풀이 모든 판마다 똑같아서, 다른 컨셉 관련 카드들을 많이 받지 않는 이상 양발 걸치기를 할 수 없기에 일명 쓰레기 스티커만 받게 되는 판들도 많다는 게 아쉬웠다. 개인적으로 StarVaders 가 이에 대해 잘 대응했다고 생각했는데, 중립 카드들이 매우 많지만 모든 중립 카드들을 5장씩 컨셉에 맞는 팩에 나누어서, 매 판마다 3개의 팩을 뽑아 그 중립 카드들만 이번 판에 나올 수 있게 하였다. 이와 똑같은 시스템을 도입하라는 건 아니지만, 만약 더 많은 스티커를 게임 내 넣고 싶다면 플레이어가 자신의 시작 컨셉에 맞는 스티커들을 뽑을 수 있는 가능성을 늘려야지 다양한 덱으로 플레이어가 게임을 깨는 재미를 느낄 것이다.

> 게임 내 카드를 추가하는 순간들이 너무 많다. 하루가 끝날 때마다 빈 카드 1장을 덱에 추가하는데, 한 판 기준 게임 내 시간으로 15일 동안 게임이 진행되기에 실질적으로 14장의 빈 카드들을 추가하는 것이다. 다른 덱빌딩 게임이라면 14장의 카드를 추가하는 게 페널티까지라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이 게임에서는 이미 덱이 완성되었는데 카드를 억지로 소매넣기 당하는 상황이 너무 많다. 물론 빈 카드들을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는 있지만, 많아봤자 1 ~ 2 장 정도만 덱에 있으면 되어서 덱 안에 수많은 빈 카드들이 존재하는 상황이 그렇게 기분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 덱 압축의 기회도 그리 많지 않은데, 이벤트 중 카드 제거 기회를 노리거나 재활용 센터를 방문하는 두 가지 경우밖에 없는데, 두 경우 모두 등장 확률이 희귀하다. 이 때문에 덱 압축 기회가 한 번도 없었다면 최종 보스와 거의 덱 카드 개수가 최대 10장 차이나게 되며, 당연하지만 최종 보스는 개사기 덱을 들고 오는데 플레이어는 그렇지 않다면 덱빌딩 혼모노에게 탈탈 털리게 된다. 차라리 게임 내 3주차부터는 카드를 덱에 추가하지 않는 식으로 업데이트하여, 한 판에 10장만 빈 카드를 추가하는 식으로 만들어 둔다면 덱 압축이 덜 나와도 덱이 꼬이지 않을 것이다.

> 몇몇 덱들은 너무 약하고, 반대로 특정 스티커는 너무 강하다.
1. "판타지" 덱의 컨셉은 퀘스트를 완료해서 보석을 쌓는 컨셉이 주인데, 보석은 1개마다 별 1개를 주므로 많이 쌓으면 점수가 자동으로 쌓이게 된다. 이 덱의 문제점은 보석을 쌓는 속도가 너무 느리며, 이 때문에 토큰 제거 카드들에게 너무 취약하다는 것이다. 비슷하게 토큰을 사용하는 벌레나 물고기의 경우 토큰을 쌓는 속도 및 점수 전환률이 효율적인 카드들이 존재하는데, 판타지 덱은 정직하게 보석 한땀한땀 쌓아가며 점수를 따는 덱이라 박탈감이 너무 크게 느껴진다. 그나마 앵무새 스티커로 퀘스트 반복을 노린다면 보석을 쌓는 속도가 빨라지는데, 만약 퀘스트를 반복시킬 수 있는 스티커를 못 뽑으면 당장 컨셉을 전환해야 할 정도이다.
2. "공룡" 덱의 컨셉은 패 안에 공룡 알 스티커를 들고 있다가 이들이 깨어나면 강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컨셉인데, 공룡 알이 깨어나는 데 최소 3턴이 걸리다 보니 어려움 난이도로 이 덱을 하면 첫 판에 바로 패배할 수도 있다. 게다가 여기서 깨어난 공룡 또한 높은 점수를 주지 않는데, 대부분의 공룡이 유틸에 치중되어 있고 (상대방 사탕 3개 뺏어오기, 방어도 10 획득 등등) 점수를 주는 공룡은 1코 5데미지 (3턴 후 부화) 또는 1코 10데미지 (4턴 후 부화) 밖에 없어서 공룡이 깨어나도 점수 역전을 하는 데 많은 턴이 소모된다. 컨셉 자체를 갈아엎고 싶지 않으면 알이 깨어나는 턴을 1턴씩 앞당기거나, 더 파격적인 효과를 주고 공룡들의 효과를 전체적으로 상향해야 할 것이다.
3. "악어" / "용" 스티커 - 악어 스티커의 경우 화면에 보이는 모든 토큰을 제거하고, 용 스티커의 경우 모든 토큰과 모든 별을 제거한다. 솔직히 악어 카드의 경우 점수를 제거하는 게 아니라 토큰만 제거하는 것이라 매우 큰 문제로 느껴지지 않는데, 위에서 말한 판타지 덱 같은 느린 토큰 덱들을 다 차단한다는 게 불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문제는 저 용 스티커인데, 모든 점수와 토큰을 제거하기에 본인이 토큰 덱이 아니라면 불리한 상황에서 사용해서 모든 걸 원점으로 돌릴 수 있다. (그리고 용 잠옷을 입고 다니는 "민" 이 실제로 덱에 용 2개를 넣고 다녀서 이 전략을 행한다!!!) 심지어 용 스티커는 1코스트라 (하스스톤으로 치면 1마나 데스윙이 게임 내 존재하는 것이라) 그냥 만능 스티커 그 자체여서, 어려움 난이도에서 이 스티커를 뽑지 못하면 게임의 난이도가 어려워지는 걸 급격하게 체감할 수 있다. 용 스티커의 코스트를 늘리거나, 효과와 코스트는 그대로 나두되 사용 후 즉시 턴이 종료되는 조건을 지니도록 스티커를 너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최종 보스 (덱빌딩 혼모노) 의 덱이 정말 양심없다. 물론 게임의 컨셉이 양심없는 카드를 만드는 것이기는 하지만, 어려움 난이도 기준 용 스티커 + 상대방의 마나와 점수를 뺏는 스티커 + 개사기 토큰을 1번에 10개씩 쌓는 스티커 + 내 토큰을 1턴에 4개씩 뺏는 스티커 등등 손목을 비틀어버리고 싶은 스티커 콤보들이 매 턴마다 나오기 때문에 애매하게 강한 덱을 들고 오면 탈탈 털리게 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덱 양상이 빌드업을 행하는 덱을 만들어가기 보다는 "내기만 하면 2000점을 획득해서 원턴킬을 할 수 있는 카드 만들기" 로 귀결되는데, 이렇게 대부분의 판들이 자신의 덱 컨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아니라 오프라인 대회에서 밴 당할 만한 카드 1장을 만드는 양상으로 이어진다는 게 아쉽게 느껴졌다. 개인적인 의견을 내자면, 용 스티커와 점수를 뺏는 해적선 스티커는 최종 보스 덱에서 제거를 해야 플레이어가 덜 불쾌하게 느껴질 것 같다.


결론적으로, 게임의 컨셉 자체가 신선하면서 의외로 어떤 카드를 만들 것인지 고민하는 맛이 있었고, 게임을 많이 하면 아쉬운 점들이 다소 보이지만 얼리 엑세스 게임이라 개선할 여지가 있다는 걸 감안해서 추천. 플레이타임의 경우 모든 덱을 1번씩 한다고 가정해도 거의 10개의 시작 덱이 있기에 그리 짧은 게임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가격 대비 플레이타임은 (대부분의 덱빌딩 게임처럼) 아쉽지 않으며, 덱빌딩 게임을 좋아한다면 한 번 해보는 걸 권장한다.
Posted October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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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5 hrs on record
빚을 갚을 때까지 못 나가는 감옥에 갇혀서 슬롯 머신을 주구장창 돌리는 무간지옥을 경험하는 게임.

Cloverpit 은 슬롯 머신이라는 소재에 로그라이크 요소를 넣어서 만든 게임으로, 스팀 페이지에 따르면 Balatro 의 게임플레이 및 Buckshot Roulette 의 분위기를 소재로 삼아 만들어진 악마 같은 게임이다. 후자의 경우 아직 안 해보기는 했지만 두 게임의 스크린샷만 비교해 보더라도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지 바로 알 수 있었으며, 전자의 경우 속된 말로 도박적인 요소를 로그라이크의 핵심으로 삼음과 동시에 실제 포커 및 슬롯 머신과는 차별성을 많이 두어서, 플레이어가 운을 조작할 수 있는 요소 (발라트로의 경우 카드들을 제거하거나 추가할 수 있고 일정량의 카드 버리기 횟수가 있어서 너무 손패가 말리면 방지할 수 있고, 클로버핏의 경우 아예 행운 수치가 있어서 이와 관련된 아이템을 먹으면 초반에 안 좋은 롤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으며 특정 문양들의 점수 및 등장 확률을 조작할 수 있다) 를 통해 게임플레이 자체가 원본 게임처럼 순수하게 운으로 치중하게 두지는 않았다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게임플레이 루프의 경우, 게임을 켜자마자 상세한 설명이나 튜토리얼 없이 - 물론 짧은 튜토리얼이 있기는 하지만, 다른 게임들에 비하면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 바로 슬롯 머신 앞에 플레이어를 앉혀 놓기 때문에 발라트로보다도 훨씬 더 빠져들기 쉽고 이해하기도 어렵지 않은데, "슬롯머신을 통해 돈을 모아서 꾸준히 늘어가는 부채를 갚는다 + 클로버 티켓을 모아 행운의 부적을 구매하고 문양 및 패턴의 점수를 높여서 부채가 상승하는 속도를 맞춰갈 수 있도록 한다 + 이후 한 번만 레버를 돌려도 몇 억원이 쏟아지는 걸 보며 도파민 늪에 빠진다" 의 3단계이기 때문에, 행운의 부적들이 무엇을 하는지 잘 읽기만 한다면 진행에 있어서 난이도 때문에 막힐 일이 없다. 실제로 추석 연휴 전날에 가볍게 맛보려고 게임을 켰다가 몇 시간 이후 진짜 카지노의 슬롯머신 앞에 앉아서 영혼없는 눈으로 화면을 보다가 잭팟 터질 때만 기뻐하는 현실 도박 중독자가 된 것 같아서 "이거 너무 위험한 게임 아니야?" 라고 다음 날 새벽에 나에게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중독성 있는 게임에게 비추천을 남겼느냐? 그 이유는 사실 엔딩 이후 컨텐츠 (정확히 말하면, 엔딩을 본 이후 "그래서 이제 뭐함?" 의 공백을 다른 로그라이크 장르의 게임들에서 메꿔 줬던 것에 비해 이 게임은 엔딩으로 가는 과정 및 엔딩 이후 게임 내 컨텐츠를 파고드는 재미가 빈약하게 느껴진 것이다) 관련 재미의 부재와, 게임을 여러번 하다 보면 묘하게 모든 판의 양상이 비슷하게 느껴져서 게임의 시작에 느껴졌던 도파민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게임의 미묘하게 불편한 진행과 시스템이 부정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왜 게임을 한 지 몇 시간이 지나고 게임에 대한 애정이 싹 사라졌는지, 앞의 문장에서 이야기한 면모들을 항목별로 나누어서 적어 보자면 다음과 같다:

A. 엔딩을 보는 과정의 설계, 그리고 여기서 오는 첫 스테이지의 부조리함

> Cloverpit 은 첫 판부터 엔딩을 볼 수 없는 게임이다. 매 판마다 특정 부채 목표를 달성하면 열쇠를 해금해서 서랍장을 열 수 있고, 모든 서랍을 연 뒤 마지막 부채 목표로 해골 열쇠가 갇혀 있는 수납장을 볼 수 있는데 - 여담이지만, 스팀 토론에 이딴 걸 어떻게 아냐고 화난 플레이어가 남긴 토론을 볼 수 있는데, 미안하지만 이걸 스스로 알아내지 못하는 건 그냥 게임에 관심이 없는 수준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시체 조각을 아예 보지 않은 게 아닌 이상 게임을 직접 하다 보면 알아채는 게 어렵지 않다 - 시체 조각 4개를 모으고 해골을 구매한 뒤, 해골 열쇠가 해금될 정도로 빚을 갚으면 엔딩을 볼 수 있다. 엔딩을 보는 조건 자체는 그렇게 난해한 건 아니지만, 문제는 이 시체 조각들을 가지고 있으면 부채가 조각 하나마다 5% 늘어나기 때문에 난이도가 올라간다는 것이다. "그러면 게임을 하면서 시체 조각을 모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라고 질문할 수 있는데, 이 시체 조각을 얻는 방법은 단 두 가지로, 첫 번째는 게임을 클리어하기 전 서랍장에 행운의 부적을 넣어 두어서 다음 판에 시체 조각으로 사용하는 것과, 두 번째는 슬롯 머신에 "666" 패턴 (1.5% 확률로 나타날 수 있으며, 만약 666 이 뜬다면 슬롯 머신에 넣은 돈 및 이를 통해 번 돈을 모두 잃게 된다) 을 띄워서 손해를 본 뒤 서랍장에 시체 조각이 생성되는 걸 주워서 쓰는 방식이다. 이 두 방식은 서로 불편한 점이 존재하는데, 첫 번째의 경우 시체 조각을 들고 게임을 시작했는데 첫 스테이지에서 폐사했다면 두번째 판에 들어가기 전 시체 조각을 다시 준비해야 하며, 이미 진 판 또한 게임이 끝나기 전 빠르게 재시작하지 못하고 서랍 안에 행운의 부적들을 넣어 두어야 해서, 일명 "빠른 재시작" 이 다른 로그라이크 게임들에 비해 좀 귀찮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한다. 두 번째 방식의 경우 666 패턴의 설명만 읽어도 눈치를 챘겠지만, 한 판에서 666을 4번 띄우고 생존한다는 것 자체가 첫 번째 방식에 비해 너무 어렵게 느껴지며, 666을 확정으로 띄우는 수단이 없으면 시체를 모두 모으는 게 너무 불안정하다. 이로 인해 엔딩을 보려면 자연스레 첫 번째 방식으로 3 ~ 4 개의 시체 조각을 미리 얻어놓고 게임을 시작하게 되며, 해골을 구매하기 위해 리롤을 여러 번 돌리게 될 것이다.

> 문제는 이 시체 조각으로 인한 난이도 상승이 게임의 난이도 상승 곡선과 잘 어우러지지 못하며, 해골이라는 행운의 부적을 초반에 먹으면 게임을 너무 잘 터뜨린다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시체 조각 4개 + 해골 1개를 먹어서 열쇠를 완성하면 빚이 평상시에 비해 25% 늘어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후반부로 하면 늘어난 게 하나도 체감이 안 되며 빌드가 완성형이 아니여도 그냥 1 ~ 4 개의 기한을 완전히 스킵할 수 있을 정도로 돈을 벌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체 4개를 먹고 시작하는 대부분의 판들은 첫번째 기한에서 터지거나 아니면 엔딩을 보거나로 극단적인 결말을 보인다. 게임 내 초반부 안전장치의 부실함이 이런 극단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는데, 발라트로의 점수 방어용 안전 장치를 예시로 들자면, 첫 상점에서 스페이드에 소소한 점수를 더하는 조커를 발견한 뒤, 점수 상승폭이 크지 않아 이후 라운드까지 들고 갈 조커가 아니라는 걸 알지만 당분간 스페이드 위주의 족보를 짜서 저점 방어를 할 수 있다. 클로버핏의 "안전 장치" 는 첫 번째 상점에 행운 관련 아이템들이 떠서 초반 슬롯머신에서 꽤 좋은 족보를 띄울 수 있다는 시스템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아이템을 해금할수록 안정적인 초반부 행운 아이템들이 뜨게 될 가능성이 줄어들어서 첫 기한에서 미끄러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 행운 아이템들이 플레이어를 배신할 가능성이 커서 게임에 대한 불쾌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대표적인 예시로 "돌아간 파티마의 손 (라운드의 마지막 돌리기에 행운 +7)" 과 "홍고추 (20% 확률로 현재 돌리기에 행운 +5, 12회 활성화 이후 소멸)" 이 있는데, 초반을 넘기려고 이 아이템들을 구매했다가 행운의 결과물이 시원찮아서 첫 번째 기한에 바로 사망한 상황들을 떠올려 보면 슬롯 머신에 대한 혐오감이 저절로 생기게 된다. 반대로 초반에 해골을 먹고 첫 번째 기한을 살아 남았다면 게임이 정말 쉬워지는데, 해골의 효과가 지니고 있는 시체 조각마다 공짜 행운의 부적을 서랍장 안에 넣어 주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얻는 부적들이 모두 유용하지는 않겠지만, 이를 통해 초반부 빌드를 무엇으로 잡을지 결정하기 더 편하고, 임시로 사용하면서 두 번째 기한을 더 안정적으로 넘기던가 아니면 그냥 팔아버려서 클로버 티켓을 소량 획득할 수 있기에 절대 손해 보는 시스템은 아니다. 시체 조각의 페널티를 완화할 방식을 구현하기 위해 이런 효과를 넣었다는 건 알겠지만, 시체 조각의 효과 및 해골 부적의 효과는 밸런스를 아예 잘못 맞추었다고 생각한다. 위의 문단에서 적은 시체 조각을 얻는 방식도, "그냥 서랍장을 모두 해금했으면 매 판마다 시체 조각을 넣어 주면 안되나?" 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쓸데없는 상호작용으로 플레이타임을 늘리는 게 아닌가라는 의심이 드는 게임 구조였다.

> 참고로 게임 내 진엔딩이라는 게 존재하는데, 이를 해금하는 과정은 테마적으로 꽤 나쁘지 않으나 직접 보는 과정이 좀 귀찮다. 물론 일반적인 엔딩보다는 보는 게 더 어려워야 진엔딩이라고 부를 수 있기에 이러한 설계가 이해가 가며,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독특한 행운의 부적을 감상하는 재미 또한 있었다. 문제는 도감의 모든 아이템을 해금하기 위해 진엔딩을 약 10번 봐야 한다는 점. 엔딩 보고 지울 사람들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점이지만 ..... 도감을 채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행운을 빈다.

B. 게임의 리플레이성을 늘리려고 넣어 둔 "메모리 카드" 시스템

> 게임을 약 2번 정도 클리어하면 "메모리 카드" 들을 해금할 수 있는데, 이를 얻으려면 아무 기한을 재빠르게 끝내야 하며 (즉, 한 기한 내에서 슬롯머신을 돌리지 않고 빚을 바로 갚아야 한다) 이를 통해 카드팩 형태로 메모리 카드들을 얻을 수 있다. 이 카드는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소모품으로, 특수한 규칙을 추가해서 이 게임을 여러 번 플레이하려는 사람들에게 다양성을 제공한다. 이 시스템의 경우 얼핏 보기에는 나빠 보이지 않지만, 카드가 소모품이라는 점 및 규칙들이 생각보다 역동적이지 않다는 점 때문에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았다. 전자의 경우, 카드팩 1개 안에 3개의 랜덤 카드를 얻을 수 있으며, 당연하지만 카드를 소모해서 한 판을 시작했는데 엔딩을 보지 못했다고 해서 소모한 카드를 다시 환급해 주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게임에 대한 지식이 아직 충분히 쌓이지 않은 뉴비 플레이어들에게 메모리 카드를 이용해서 다양한 시도를 해 보거나 특정 카드에 대해 익숙해지는 걸 크게 제한해 버려서, 위의 문단에서 적은 게임에 대한 불쾌감이 더 크게 느껴지도록 만든다. 또한, 솔직히 말해 메모리 카드들을 벌어 들이는 건 게임에 익숙해진 뒤 그렇게 어렵지는 않으나, 쓸데없이 카드들 간 레어도 시스템이 존재해서 몇몇 재미있는 카드들을 여러 장 모으는 게 쉽지 않다. 경악스럽게도 이러한 시스템을 옹호하면서 "카드를 소모품으로 설정해 두어서 플레이어가 한 판 한 판을 더 신중하게 진행하며 과도한 재시작을 하지 않게 만든다" 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보이던데, 로그라이크 게임 몇 개 해봤으면 자연스레 플레이어들이 재시작의 늪에 푹 빠지지 않고 여기서 기어나와 특정 초반 아이템으로 어떻게 시작하는지 스스로 배운다는 걸 알 것이며, 솔직히 말해 "재시작을 누른다고 해서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본인이 게임이 말린 것 같아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건데, 그래서 왜 재시작을 연속으로 여러 번 하면 안되는데?" 라고 물어보면 납득 가능할만한 대답도 못 할 사람들이 이렇게 플레이타임을 억지로 늘리는 시스템을 찬양하는 게 기이하게 느껴졌다. 발라트로로 비유하면 변형된 포커 덱으로 플레이하기 위해 기본 덱으로 평균 이상 고득점을 내서 다른 포커 덱을 플레이 할 기회를 파밍해야 하는 시스템이 이 게임에 있다는 건데, 만약 발라트로가 이렇게 출시했다면 욕을 뒤지게 먹고 복합적 평가를 먹었을 것이다.

> 후자의 경우, 게임 내 약 20종류의 메모리 카드가 존재하는데, 대부분 게임을 더 쉽게 만들거나 억지로 불쾌감만 늘려서 두 번 다시 같은 메모리 카드를 쓰고 싶지 않게 만들었으며, 모든 메모리 카드로 우승하는 게 그닥 재미있는 경험은 아니었다. 물론, 독특하면서도 본 게임과 차이점이 확연해서 게임 플레이 방식을 바꿔버리는 메모리 카드들은 마음에 들었다. 예를 들자면, "집착" 의 경우 라운드마다 단 1번만 슬롯머신을 돌릴 수 있지만 라운드의 수를 7라운드로 늘려 버려서, 본 게임에서는 심심했던 부적들을 훨씬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억압된 감정" 의 경우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애용하는 부적들을 싹 다 밴해버리기에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이러한 환경 속에서 독특한 점수벌이 전략을 짜 보는 과정은 재미있었다. 안타깝지만, 666 확률을 가지고 장난치는 메모리 카드들은 그닥 흥미롭지 않았고, "만만한 왕따" (부적을 6개 이상 장착하면 1개를 무작위로 버리기) 및 "한판 벌여봅시다" (50% 확률로 서랍에 부적을 넣으면 버리거나 강화시켜줌) 처럼 불쾌한 확률 싸움을 넣어 둔 카드들 또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차라리 게임플레이 방식을 확연하게 바꿔버리는 약 10종류의 카드들만 남겨서 메모리 카드 별 개성을 잘 잡아두는 게 나았을 것 같은데, 굳이 이렇게 플레이스타일이 크게 변하지 않는 카드들을 다량으로 넣어 둘 필요가 있었을까 느끼게 되었다. 왜 이렇게 메모리 카드에 대해 열변을 하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스팀 업적 100% 를 위해서 모든 카드 별로 3번씩 게임 엔딩을 보는 과정이 끔찍하게 재미없었기 때문이다. 발라트로에서도 모든 조커로 최고 난이도를 깨는 과정에서 정신이 나갈 것 같긴 했지만, 여기서는 게임 내 자잘한 애니메이션 스킵이 되지 않아서 쾌적한 게임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페널티를 가지고 게임을 60번 깨야 하니, 느릿느릿 돌아가는 슬롯 머신을 수백 번 보면서 이게 도파민 게임인지 아니면 도박중독 치료 게임인지 구분이 안 되는 경지에 이르렀다. 특히 게임을 터뜨리는 수준으로 점수벌이가 엄청나면 게임이 강종되어버리는 경우도 생겨서, 나처럼 스펙이 아주 높은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로그라이크 공포 게임" 이라는 태그가 게임의 분위기에서 오는 공포가 아니라 게임이 튕겨서 억지로 패배하는 상황에서 오는 공포라는 걸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C. 게임 내 다양한 빌드의 수렴, 그리고 문양 압축의 중요성과 흔히 말하는 "운빨" 에서 오는 스트레스

> Cloverpit 의 몇몇 부정적 평가를 보면 게임 빌드가 너무 단순해서 비추천을 내리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게임 내 승리 플랜 및 빌드 자체는 개수로 치자면 그렇게 적지는 않다. 이자를 주 수입원으로 삼거나, 특정 문양의 점수를 폭발적으로 높이거나, 무늬 배수를 높이는 데 신경쓰거나 등등 승리 플랜이 매 판 같지는 않다. 그런데, 사실 이 빌드들은 슬롯 머신이라는 틀에 갇혀 있기 때문에 결국 특정 문양이 다른 문양들보다 확연히 많이 뜨도록 확률을 조작하는 게 모든 게임의 근간이 되어 버린다. 이로 인해, 솔직히 말해서 모든 판이 비슷비슷하게 느껴진다. 앞의 문장에서 말한 문양 빌드나 이자 빌드도 결국 포커 족보처럼 완전히 동떨어진 게 아니라 서로서로 겹쳐 있기 때문에, 모든 게임이 어느 문양에 초점을 맞출지로 귀결되며, 특정 문양이 등장하는 확률을 유의미하게 건드리는 건 전화 이벤트밖에 없어서 이 이벤트에서 확률 관련 선택지를 뽑지 못하면 큰 손해를 보는 느낌이 든다. 여기에 더해 플레이어가 "아, 이런 선택을 했다면 이득을 더 봤었을 텐데!" 라는 유레카 상황들이 거의 없을 정도로 깊이가 얕은 로그라이크라 그런가, 게임을 패배한 뒤 플레이어들은 아쉬움과 깨달음보다는 허무함과 불쾌감을 더 크게 느끼게 된다. 슬롯 머신이라 운빨로 인해 일희일비가 오가는 상황이 일어나는 건 당연한 것이기는 한데, 플레이어가 그 운을 조작하는 경우의 수가 다른 덱빌딩 로그라이크 게임들에 비해 현저하게 적고 유의미한 선택을 내리는 상황들 또한 적다 보니, 스팀 페이지에 적은 것과는 반대로 "이럴거면 그냥 현실 슬롯머신 돌리는 거랑 뭐가 다름?" 이라는 의구심이 엔딩 이후 메모리 카드 도장깨기를 진행하며 자주 들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첫 두 세판에 여러 가지 문양을 집중적으로 파고들며 나만의 우승 플랜을 써 내려가는 건 재미가 있지만, 게임을 하면 할수록 초반에 느껴졌던 도파민의 유혹이 사라지고 플레이타임을 억지로 늘리기 위한 게임의 구조들과 크게 바뀌지 않는 게임플레이 루프 때문에 점점 지루함이 크게 느껴진 게임이라 비추천. 가격 대비 플레이타임의 경우, 애초에 이 게임의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은 게임이라 정가에 사도 손해를 보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스팀 업적 100% 를 따기 정말 피곤한 게임이라 만약 나처럼 업적에 욕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시작하는 데 주의를 해야 한다.
Posted October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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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hrs on record
캠핑장에 나타나는 유령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듬직하지 않은 조수와 방문하게 된 명탐정 오리가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

Duck Detective: The Ghost of Glamping 은 오리 탐정 시리즈의 2번째 작품으로, 스팀 페이지 설명란에도 적혀 있듯이, <오리 탐정: 비밀의 살라미 (Duck Detective: The Secret Salami)> 의 후속작이기 때문에 해당 게임을 해 본 적이 있다면 이번 게임도 매우 익숙한 게임플레이 방식과 스토리 및 분위기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작을 안 해 본 사람들을 위해 게임플레이 방식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다른 추론 기반 게임인 <황금 우상 사건> 과 묘하게 비슷한 게임플레이 틀을 지녔는데, 플레이어는 각종 인물들과 대화를 하거나 게임 내 세상을 뒤지면서 여러 가지 키워드를 찾을 수 있고, 이들을 이용해 게임이 툭툭 던져주는 빈 칸 가득한 문장들을 채워 넣어서 점점 사건의 진상에 가까워지며, 결국 숨겨진 비밀들을 정확히 밝히고 사건을 완전히 이해하는 게 게임의 주요 진행 방식이다. 물론, 게임을 진행하면 할수록 어려워지며 후속작으로 가면서 사건들의 난이도가 펄쩍 뛰었던 <황금 우상 사건> 과는 다르게, 오리 탐정 시리즈의 경우 그 게임보다 추리 난이도가 훨씬 쉬우며, 개인적으로 오히려 전작보다 이번 게임이 난이도 면에서 더 쉬웠다고 생각한다. 추리 면에서는 난이도가 도토리 키재기였으나, 게임 진행을 위해 풀어야 했던 자잘한 퍼즐들이 전작에서는 - 특히 금고를 여는 퍼즐에서 - 답을 찾는 데 있어서 약간 고생했다면 이번 게임에서는 퍼즐에서는 막힐 일이 없이 쭉쭉 진행할 수 있었다. <황금 우상 사건> 을 플레이하며 많이 데여왔다가 이 게임을 접하면 "이딴 게 추리?" 라고 생각하면서, 키워드 모으는 데에서 막히지만 않는다면 그냥 물 흐르듯이 게임의 엔딩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게임을 진행하다가 막히는 사람들을 위해 게임 내 힌트 기능까지 존재하는데, 일단 첫 번째 힌트 기능으로는 <황금 우상 사건> 에도 비슷하게 나오는, 키워드 2개 이하로 틀렸다면 몇 개를 틀렸는지 게임이 알려주기 때문에 여기서부터 몇 가지 키워드를 넣었다가 빼보는 무지성 찍기 플레이가 가능해진다. 두 번째 힌트 기능으로는 사건의 진상이 애매할 때 힌트 버튼을 눌러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게임이 모호하게 답을 알려주는 힌트로, 대놓고 답을 알려주는 건 아니지만 답을 스스로 알아가기 힘들 때 앞의 문장에서 말한 무지성 찍기를 하지 않고 좀 더 논리적인 연결 고리를 알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힌트 기능이다. 물론, 게임을 직접 진행하다 보면 힌트 버튼을 누를 일은 없을 것이다. 사건의 진상을 대강 파악하는 게 어렵지 않고, 몇몇 디테일이 헷갈린다면 첫 번째 힌트 기능으로도 진상을 추리하는 게 가능하니 말이다.

물론, 이 게임이 쉽다고 무작정 까내리는 건 아니고, 추리 게임 치고는 거의 없는 체감 난이도라는 단점 말고 장점을 적다면, 전작처럼 은근히 흥미진진하면서 마냥 깨끗하지는 않은 캐릭터들이 얽힌 스토리라인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내 유머스러운 분위기를 잃지 않아서 게임이 축 쳐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전작에서도 단순하게 점심 도둑을 잡는 것에서 시작했다가 스토리의 스케일이 조금씩 커지면서 각각의 동물들이 뭔가 숨기고 있다는 게 드러나면서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이 느껴졌다면, 여기서도 처음에는 단순한 귀신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자잘한 사건들이 터지면서 순수해 보이던 캐릭터들이 막장 스토리로 얽혀 가면서 "여기있는 사람들 절반은 감옥 가야하는 거 아니야?" 라고 느껴질 만한 개인 서사를 보여줘서, 역시 추리물 속에는 이렇게 떳떳하지 못한 캐릭터들이 섞여야 추리를 하는 재미가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유머스러운 분위기의 경우, 1편에서 - 약간 스포일러이긴 하지만 - 등장하였던 특정 오리 탐정 팬이 무죄를 입증받은 뒤 조수로 따라다니면서 오리 탐정의 독백에 소소한 잡담을 넣거나 엉뚱한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단순하게 오리 탐정에게 일방적으로 까이는 포지션의 캐릭터가 아니라 서로서로 허당스러운 면을 보여주기 때문에, 주인공이 망가져가는 모습에서 소소한 웃음 포인트를 찾아낼 수 있었다. 즉, 1편의 스토리와 캐릭터성, 그리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번 작품에서 비슷하게 계승했기 때문에, 그 게임이 마음에 들었다면 이번 작품도 마음에 들어할 것이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이번 게임의 에필로그를 보면 - 스포일러를 하지는 않겠지만 - 1편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면서 이후 후속작에서 이걸 어떻게 수습할지 궁금해지는 방향으로 끝이 났는데, 3편이 나온다면 도대체 어떤 스토리를 써 내려갈지 궁금하게 만들어 놓았다는 점이다. 과연 후속작에서도 이번 게임과 비슷한 분위기를 지닌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을지, 약간의 기대감과 의문이 섞인 채로 게임의 엔딩을 감상하였다.


결론적으로, 본격 추리 게임과는 난이도나 서사의 치밀함에 있어서 거리가 있는 게임이지만, 머리를 적당히 자극할 만한 단순하고 귀여운 게임을 찾는다면 해보기 좋은 게임이라 추천. 플레이타임의 경우 전작과 마찬가지로 약 2시간 안에 엔딩을 볼 수 있으며 (오히려 전작보다 더 빨리 엔딩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가격 대비 플레이타임이 좀 애매한 게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할인할 때 구매해서 해보는 걸 권장한다.

여담) 스팀 업적 100% 달성 또한 이전 게임과 마찬가지로 어렵지 않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자연스레 대부분을 딸 수 있으며, 몇몇 놓칠 수 있는 업적 - 대표적으로 VIP 구역으로 비치볼을 차서 넣는 잉여같은 업적이 있다 - 는 게임 엔딩을 보기 직전에도 딸 수 있으니, 게임 진행 중 무언가를 놓칠까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참고로 Q 키를 누르면 오리 탐정이 꽥꽥거리는 기능을 여기도 넣어 두었는데, 은근 귀엽다 ㅋㅋㅋ
Posted October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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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hrs on record
여러 사람들의 집 안 가구를 배치해 주고 청소를 해 주는 인테리어 담당자가 되어, 주민들과 친해지며 마을의 비밀을 알아가는 이야기.

Whisper of the House 는 Whisper 마을의 하우스키퍼로 취직한 이후 여러 명의 주민들을 만나 그들의 부탁 (집 안 가구 배치를 적절하게 해주기) 를 들어주고 각 인물들에 대해 가볍게 알아간다는 기본적인 스토리라인에, 마을 전체를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찾을 수 있는 기묘한 물체들을 하나하나 해체하면서 마을 속 숨겨진 비밀들을 찾는 기묘한 이야기가 겹쳐져 있는 게임이다. 전자의 경우, "어 이거 뭔가 익숙하네?" 라고 느껴질 수 있는 게임플레이인데, 약 4년 전 출시한 Unpacking 을 플레이 해 봤다면 매우 익숙한 맛을 여기서 다시 한 번 맛볼 수 있다. 여러 가지 자잘한 가구들과 사물들을 하나씩 꺼내서 집 안에 차곡차곡 쌓아가는 재미와, 비좁은 공간 안에 원하는 대로 가구들을 배치하다가 게임과 싸우는 나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사실 이 과정을 순수하게 재미로 따진다면 그렇게 재미와 도파민이 넘쳐나는 게임은 아니다. 몇백 개의 디지털 오브젝트들을 마우스로 눌러 드래그하면서 배치하는 과정을 재미있게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재미의 범위를 좀 더 넓게 잡아서 "머리를 비우고 무아지경의 상태에 빠져서 화면 속 물체들을 정렬하는 데서 오는 편안함" 을 재미의 일부분으로 볼 수 있다면, 이런 유형의 게임 (직소 퍼즐 맞추기, 생활 시뮬레이션 게임 플레이 등등) 을 재미있게 할 사람은 많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Unpacking 도 그렇고 이 게임도 그렇고 솔직히 말해서 사이버 노동 게임에 가까운 게임플레이를 보여주고 있지만, 여러 집 안 가구 배치를 하는 데에서 재미와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고, 비록 특정 사이드 컨텐츠 (게임 내 재화를 벌 수 있는 반복 퀘스트로, 사람들이 원하는 테마의 방을 만들어 주면 되는 퀘스트가 있는데, 개인적으로 메인 스토리까지 딱 즐기는 데서 게임이 줄 수 있는 편안함 게이지를 모두 채웠기 때문에, 게임플레이가 노동으로 느껴지는 역치점을 넘기기 전에 엔딩을 보고 게임을 껐다) 를 즐기지는 않았으나 엔딩을 볼 때까지 게임플레이가 너무 불쾌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만약 이 평가를 쓰는 사람의 Unpacking 평가를 읽었다면 "아니 그 게임은 비추천을 남겼으면서 이 게임은 왜 추천을 남겼냐?" 라고 물어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사실 게임의 세부적인 구조의 차이에서 볼 수 있는데, Unpacking 의 경우 게임의 처음부터 끝까지 한 인물이 나이를 먹으면서 이사하는 과정을 그린 게임이라, 좋게 보면 스토리라인이 일관성을 지니고 있어서 괴랄하게 느껴질 부분이 없다는 장점이 있고, 나쁘게 보면 스토리가 정말 잔잔하다 못해 아무런 파동이 느껴지지 않는 호수를 관찰하는 기분이라 스토리 면에서는 꽤 지루했다는 단점이 있다. 왜 캐주얼 힐링 게임에서 스토리 이야기를 꺼내냐고 할 수 있지만, 게임플레이가 짐을 풀고 가구를 정리하는 큰 구조에서 절대로 벗어나지 않으며 모든 스테이지가 너무 비슷비슷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스토리라도 멱살잡고 플레이어의 관심을 잡아야 하는 게임이었는데 이를 실패해서, 게임을 하는 과정 및 게임 속 품은 이야기가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았다.

Whisper of the House 는 게임플레이 (짐을 정리하는 과정) 및 스토리 면에서 나 같이 집중력이 적은 사람들이 중간에 게임을 접지 않도록 어느 정도 조치를 취한 모습을 보이는데, 게임플레이 면의 경우 짐을 정리하는 레벨들이 이 게임의 핵심이기는 하지만, 소소하게 숨겨져 있는 퍼즐들을 풀어 나가는 재미 및 숨겨진 물체 / 상호작용들을 찾는 재미가 있었고, 각각의 스테이지가 자신만의 개성을 자랑할 수 있도록 스테이지 별 테마 및 가구들을 다양하게 배치해 두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해변가에 있는 오두막이었는데, 바다 테마의 벽지와 가구들을 보면서 "나도 저런 집에 살고 싶다 .... " 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되었다. 비록 여러 가지 테마를 배치하기 위해 비현실적인 설정들 - 두 번째 스테이지를 완료하면 마법과 관련된 집 정리 스테이지가 나오기에, 진짜 현실적인 게임을 기대했다면 좀 당황할 수 있다 - 이 들어가 있다는 게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마음에 걸리는 특징은 아니었다. 스토리 또한 여러 가지 인물들을 만나고 그들을 도와주는 게 주요 내용이며, 물론 스토리 기반 게임들에 비하면 내용이 많이 부실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다양한 사연 및 특징을 지닌 인물들을 넣어 두어서, 하나의 사연을 충분히 맛 봤다고 생각하면 또 새로운 스테이지를 던져 주면서 게임의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바꾸고 환기한다는 장점이 있다. 특이하게도 게임 내 엔드 컨텐츠는 마을을 탐험하는 게 아니라 내 집을 꾸미는 것 및 모든 가구 / 오브젝트를 찾는 것인데, 후자의 경우는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얻을 수 있는 게임 내 재화를 이용해 뽑기를 하여서 여러 가지 가구들을 모을 수 있고, 생각보다 그 종류가 매우 많아서 모든 가구를 찾는 건 솔직히 말해 이 게임에 애정이 넘치치 않는 이상 적당히 절반 정도만 모으고 그 이상은 손이 가지 않을 것이다. 전자의 경우, 게임을 많이 진행하면 무려 나만의 집을 선물받게 되고 온갖 가구들을 같이 선물로 받는데, 직접 하다가 상자 안 자잘한 가구들이 너무 많아서 중간에 그만두고 얌전히 스토리나 진행하려고 나왔지만, 이런 장르의 게임플레이에 환장하는 사람이라면 몇 시간 정도는 그냥 태울 수 있는 컨텐츠다. 아무튼, Unpacking 과 비교해서 무엇이 더 우위에 있는 게임이라고 말할 수는 없으나, 여러 가지 컨텐츠와 다양한 테마의 가구들을 보여 주어서 Unpacking 을 하며 느꼈던 단조로움을 비슷한 구성의 이 게임에서 덜 느꼈다는 건 마음에 들었다.

사실 이보다 호불호가 더 갈릴 법한 건 첫 번째 문단에서 적은 내용의 후자인데, 놀랍게도 이 게임의 숨겨져 있는 스토리라인은 일상물과는 거리가 좀 먼 스토리라인이며, 이를 해금하기 위해 (엔딩을 보기 위해) 찾아야 하는 물체들 또한 그렇게 평범한 물체들은 아니다. 게임 속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 다른 사람들의 집을 정리하다 보면 무언가 보라색으로 지지직거리면서 왜곡 효과가 들어간 오브젝트들이 보이는데, 이를 여러 번 클릭하면 왜곡 현상을 제거하고, 마을 좌측에 있는 비밀의 공간 위 숫자가 줄어든다. 당연히 과반수 이상의 왜곡된 물체를 찾으면 해당 공간이 열리며 엔딩을 볼 수 있고, 스토리 자체는 사실 좀 뜬금없기는 하지만 이보다 더 처참한 스토리 위주 게임을 봐 온 나로써는 "뭐 이 정도면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겠는데?" 라는 대가리 깨진 생각만 들었다. 비록 아기자기한 일상물 게임을 기대했다면 이렇게 스토리 방향이 미스터리로 틀어진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낄 수 있으나, 오히려 이 특징 때문에 마을 이곳저곳을 뒤지는 동기를 플레이어에게 제공해서 좀 더 몰입감을 높였다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이 독특한 물체들을 찾는 과정이 너무 난해하지 않아서 외부의 공략 없이 자연스레 엔딩을 보기까지 필요한 수량을 채울 수 있었다. 특히, 이런 물체들로 인해 게임 내 숨겨진 다양한 상호작용을 보는 재미도 있었고 (예를 들어서, 두 번째 스테이지에서 반죽을 오븐에 넣어서 태워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는데 공략을 보고 "아니, 이런 것도 있었어?" 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러한 왜곡된 물체들이 게임의 재미를 깎아먹는 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제일 귀여웠던 상호작용은 욕조에 고무 오리를 배치한 뒤 눌러보면 머리를 꾹 누르는 애니메이션이 나오는 것이었다. 별 거 아닌데 좌우로 고무 오리가 찌그러지는 게 너무 귀여웠다 .....


결론적으로, 아기자기한 가구들을 정리하는 재미와 나름 넓고 다양한 건물들을 탐방하며 게임 속 숨겨진 물체와 이벤트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가 잘 어우러져 있는 잔잔한 캐주얼 장르의 게임이라 추천. 플레이타임의 경우 게임 100% 완료까지 약 6시간이 걸렸는데, 다른 스팀 평가들에 이보다 더 짧은 시간이 찍힌 경우가 많지 않다는 걸 생각하면 최소 플레이타임이 약 5 ~ 6 시간일 것으로 보인다. 가격 대비 플레이타임이 약간 애매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니, 직접 해보고 싶다면 가벼운 할인을 할 때 구매해서 해보는 걸 권장한다.

여담) 스팀 업적의 경우 100% 완료하는 건 1회차 안에 할 수 있으며, 이미 정리를 완료한 집도 다시 들어가 볼 수 있기에 실수로 업적을 놓쳤다고 해도 업적과 관련되어 있는 장소로 다시 들어가는 게 어렵지 않다. 스팀 가이드에도 100% 업적 가이드가 있으니 만약 막힌다면 해당 공략을 참고하다 보면 무난하게 업적을 모두 딸 수 있을 것이다.
Posted September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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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hrs on record
건물 안의 고양이들을 찾으면 되는 숨은그림찾기 장르의 게임

A Building Full of Cats 2 는 언제나 고양이에 진심인 Devcats 개발사의 신작으로, 비슷한 제목의 예전 게임들 - A Park Full of Cats, A Shelter Full of Cats 등등 - 처럼 배경에 숨어 있는 고양이들을 찾는 "숨은 고양이 찾기" 장르의 게임이다. 이번 작의 경우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같은 개발사가 완전 초창기에 출시하였던 게임인 1편 (A Building Full of Cats) 과 배경은 같지만, 1편의 경우 그냥 단순하게 빌딩 안의 고양이들을 찾는 게 목표였다면 2편은 빌딩 안에 사는 각종 사람들을 도와주고 그들의 집에 있는 고양이들을 찾는다는 차이점이 있어서 좀 더 다양한 테마와 그에 알맞는 패러디들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첫 번째 층에 사는 입주민 중 게임을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있는데, 인디 게임 매니아라는 컨셉답게 방 안에 각종 게임들 관련 굿즈 및 고양이 패러디가 존재하며, 할로우 나이트, 스피릿페어러, 스트레이 등등 게임을 아는 만큼 보이는 스테이지이다. 이 외에도 고전 예술 작품들을 테마로 잡은 방에는 여러 가지 명화를 고양이가 들어가게 해서 패러디해 놓은 걸 볼 수 있고, 오컬트 매니아가 거주하는 방에는 모든 불이 꺼지면서 유령들을 찾아야 하는 미니 (숨은그림찾기) 게임이 존재한다. Devcats 의 최근 작품들을 보면 이렇게 하나의 게임 안에 여러 가지 차별점이 있는 테마와 이에 맞는 패러디 / 이스터 에그들을 넣는 걸 자주 볼 수 있는데 (예시: A Tower Full of Cats 에서 각종 시대별로 스테이지를 나눠 놓고 확연한 분위기 차이가 나게 한 것) 아이스크림 살 때 여러 가지 맛을 한 번에 사서 조금씩 먹는 느낌이라, 다양한 맛을 먹어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이로 인해 뭔가 큰 임팩트가 없었던 1편에 비해 이것저것 찾아보고 알아채는 재미가 이번 작에서 더 컸다고 생각한다. Devcats 의 이전 게임들을 안 해본 사람을 위해 이 개발사에서 내는 숨은 고양이 찾기 게임들의 가장 큰 특징을 적자면 - 화면에 그냥 아무 조작 없이 보이는 기본 고양이 말고도 특정 오브젝트를 눌러야 보이는 숨겨진 고양이들이 있는데, 바로 보이지 않는다니 좀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어짜피 클릭 한 번으로 바로 모습을 나타내는 고양이들이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손이 많이 가지는 않을 것이다. (당연하게도, 숨겨진 고양이보다 일반 고양이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도 있고 말이다.) 만약 나처럼 남은 고양이 1마리를 찾는 걸 어려워하여 머리가 터질 것 같은 고통을 많이 겪는 사람이라면, 게임 내 친절하게 들어 있는 힌트 기능을 통해 고양이 위치를 볼 수 있기에, 게임 진행에 있어서 크게 막힐 일은 없을 것이다.

가격의 경우 전작들에 비해 약간 올랐는데, 오히려 게임의 분량은 늘어났고 가격 상승폭이 그리 크지는 않기 때문에 돈을 더 낸거에 대한 안타까움은 느끼지 않았다. 컨텐츠의 종류 또한 고양이를 집 안에서 찾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른 부가적인 장소 (책 내부 또는 그림 내부와 같은 공간이 있다) 에서 찾는 2차적인 컨텐츠와 함께, 소소한 미니게임들도 분포해 있어서 반복된 고양이 찾기로 지칠 법한 플레이어들의 머리를 식힐 수 있다. 다만 미니게임의 경우, 포맷 자체는 익숙한 것들 - 심지어 태고의 달인을 패러디한 것도 있어서 처음에 보고 헛웃음이 나왔다 - 이라 뭘 해야하는지 이해하는 게 어렵지는 않으나, 조작감이나 판정이 약간 이상한 경우가 있어서 초반부를 좀 말아먹은 상황이 나왔다. 물론 게임의 장르가 캐주얼인 만큼, 미니게임 좀 못했다고 꼽을 주거나 페널티를 가하는 건 없으며, 초반에 좀 실수해도 게임을 완료하는 데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 심지어 특정 미니게임의 경우 판정이 난해하다는 의견이 스팀 토론에 나와서, 여러 번 실패하면 스킵 버튼이 뜨는 편의성 패치까지 해 줄 정도로 제작사가 게임 하다가 스트레스 받지 말라는 업데이트를 해 준 게임이니, 그냥 편안하게 게임을 켜면서 멍 때리며 고양이를 찾다 보면 어느새 엔딩을 보는 편안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Devcats 의 다른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고양이에 대한 사랑이 넘쳐나면서, 재미의 고점은 낮지만 저점은 낮지 않은 든든한 게임이라 추천. 플레이타임의 경우 엔딩을 보기까지 약 3.5 시간이 걸렸으며, 약 3 ~ 4 시간 만에 게임을 완료할 수 있을 것이다. 스팀 업적의 경우 당연히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자연스레 다 딸 수 있으며, 다회차가 필요 없는 게임이다 보니 만약 업적을 놓쳤다면 스팀 가이드를 켜고 참고하다 보면 100% 달성할 수 있다. 특정 아파트 완료 업적이 제대로 달성 안되는 버그가 있기는 한데, 아파트를 들어갔다가 나오면 달성되므로 업적이 바로 완료되지 않았다고 당황할 필요는 없다.

여담) 게임플레이보다 고양이 사진이 더 궁금해지는 게임인 만큼, 이번 게임도 엔딩을 보면 귀여운 새끼 고양이들의 사진을 볼 수 있다. 나만 고양이 없어 ......
Posted September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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